[단독] “난 떳떳 해킹 프로그램 구입 사실도 몰라”… 원세훈 前 국정원장 변호인과의 면담서 밝혀

입력 2015-07-24 02:12

원세훈(64·사진) 전 국가정보원장이 23일 최근 불거진 국정원의 불법 해킹 의혹과 관련해 “해킹 프로그램 구입 사실을 알지도 못했고 보고받은 적도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원 전 원장을 해킹 프로그램 구입·유포에 관여한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수사 상황에 따라 원 전 원장에 대한 직접 조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원 전 원장 측 변호인은 2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원 전 원장은 해킹 프로그램이 도입된 사실을 보고받지 못했다고 한다. 본인은 책임이 없고 떳떳하다고 했다”고 밝혔다. 원 전 원장은 22일 오전 변호인과의 면담 과정에서 이 같은 입장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원 전 원장 재직 시절인 2012년 1월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한 것은 맞지만 대테러·대북용으로만 사용했다고 밝힌 상태다.

원 전 원장은 “그 정도 물건은 원장에게 보고 안 하고도 살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인은 “국정원에서 업무상 필요한 물건을 구입할 때 일일이 원장에게 결재받지는 않는다고 한다”며 “회사 회장이 직원 하는 일을 다 보고받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해킹 프로그램 구입도 실무자였던 임모 과장이나 국장급에서 전결로 처리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원 전 원장은 자살한 임모 과장에 대해서도 “누구인지 모른다”고 말했다고 변호인이 전했다. 변호인은 “국장급 이상 돼야 기억하지 원장이 일반 직원을 모두 기억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원 전 원장을 고발한 것과 관련해 “진행 상황에 따라 조사를 받아보면 되지 않겠느냐”며 “원 전 원장은 ‘아무 문제 없고 걱정할 필요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