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수많은 대책이 쏟아져 나왔지만 백약이 무효인 듯하다. 이번엔 무려 43억3600만건의 개인 진료정보가 유출된 사건이 검찰에 적발됐다. 명수로 계산하면 4400만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90%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정보다. 수천만명의 진료정보를 불법 수집, 유통시킨 혐의로 약학정보원 원장 김모씨 등 24명이 검찰에 의해 23일 기소됐다.
사건에 연루된 단체와 기업들을 보면 ‘믿을 사람 하나 없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공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비영리 재단법인 약학정보원뿐 아니라 국내 1위 이동통신 업체, 의료재단, 병원·의료 정보 업체, 다국적 의료통계 업체 등이 망라돼 있다. 지난해 초 카드3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온 나라가 재발 방지를 위해 그 난리법석을 치르고도 업무나 사업 목적으로 취득한 개인정보를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풍조는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다.
이동통신사업만으로 한 해 2조원 가까운 막대한 이익을 내는 SK텔레콤이 연루됐다는 검찰 발표는 충격이다. SK텔레콤은 “환자가 선택한 약국에 처방전을 전송한 것에 불과하며 약국으로부터 받은 대가는 서비스 제공에 대한 수수료”라고 해명했지만 의혹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허술한 관리체계가 이런 사고를 불렀다. 정부는 검찰 발표 후 의료정보 시스템에 대한 인증·등록제도를 도입하고 의료정보 시스템을 통해 개인정보를 불법 유출하다 적발되면 최대 3년 동안 인증을 취소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다. 정부 대응은 늘 그렇듯 사후약방문이다.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경우 피해 규모에 비해 처벌이 너무 약하다. 고질을 뿌리 뽑으려면 부당 이득의 수십 배에 달하는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처벌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사설] 환자 의료정보까지 팔아먹는 사회라니
입력 2015-07-24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