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박강월] 예수님께 배운 한솥밥 철학

입력 2015-07-25 00:33
요즘 방송계에 대세인 백 주부(요리연구가 백종원)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가운데 그에게 도전을 받은 남편들이 앞치마를 두르며 접시를 깨뜨린다니 우리 주부들에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나에게 있어 예수님의 부활사건 이후 가장 인상에 남는 기록은 예수님께서 디베랴 바닷가에 나타나신 장면이다. 그 중에서도 해변에 제자들을 위해 떡과 구운 생선으로 조반을 마련해 놓으시고 제자들을 맞이하신 장면은 ‘한솥밥 철학’을 가진 내게는 감동을 뛰어넘은 최고의 명장면이다. 그 장면을 생각해 볼 때면 언제나 마치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던 듯 모든 장면들이 선명히 떠오른다. 희붐하게 밝아오는 새벽바다의 신선한 공기와 깊은 바다 밑으로부터 올라오는 각종 해초들과 해산물의 향이 섞인 비릿하고 짠 갯내, 가슴속까지도 시원하게 힐링 해주는 파도소리.

아마도 예수님께서는 모래사장에 조약돌과 나뭇가지를 주워 모아서 모닥불을 지피셨을 것이다. 그 모닥불 위에는 나무꼬치에 끼운 생선이 익어가고 달궈진 돌판 위에는 손수 반죽하신 떡이 구워지고 있지 않았을까. 사랑하는 제자들을 다시 만나 손수 마련하신 조반을 함께 나눌 설렘에 예수님 얼굴은 발그레한 홍조가 띠었을 것이다 하는 상상도 그려진다. 잊혀지지 않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떠오르는 그 장면에는 어떤 해석도 달고 싶지 않다. 그 장면만으로도 제자들을 향한 예수님의 깊고도 깊은 사랑이 다 드러나니 말이다.

새벽 묵상시간, 성경을 읽다가 문득 마주친 이 대목에 너무나도 행복해져서 어느새 미소 짓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나도 예수님이 구우신 생선 한 토막을 얻어먹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 ‘지금 읽고 있는 이 말씀이 바로 그 생선 한 토막이다”라는 깨달음이 들어 또 다시 미소를 짓는다. 그리운 예수님이 어서 빨리 오셨으면 좋겠다.

박강월 <수필가·주부편지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