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금융가에서 복병으로 불쑥 떠오른 금융지주가 있다. 지난해 유수의 금융지주를 제치고 1위 증권사 우리투자증권을 거머쥘 때부터 냄새가 모락모락 나기는 했다. 툭하면 금융사고가 터지고, 카드고객 정보 유출 사고가 났던 NH농협금융지주. 농민들만을 위한 금융기관으로 인식돼온 농협금융지주가 달라지고 있다. 첨단 대포통장 근절책으로 쇄신하더니 금융권 최초로 복합점포 1호를 내는 등 시장을 선도하려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김용환 회장을 지난 15일 서울 서대문구 집무실에서 만나 국민들의 금융사로 거듭나고 있는 농협금융의 과거와 현재, 미래 얘기를 들어봤다.
-농협지주에 부임한 지 3개월이 돼 가는데.
“수출입은행 한 개 기관을 맡을 때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3개월을 어찌 보냈는지 모르겠다. 농협지주는 8개 자회사가 있는 데다 상급기관인 농협중앙회와의 회의도 많다. 지주로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게 많다. 다른 지주사들은 은행 비중이 60∼70%로 대부분을 차지해 회장들이 은행에 관심이 많은데, 여기는 다른 것 같다.
취임 이후 지방에 자주 내려가 간담회 자리에서 얘기 많이 듣고 있다. 회의에서 건의한 것들을 코드화하고 있다. 건의사항을 모아 중간에 체크할 수 있는 사후관리 시스템을 만들었다. 사실 사후관리가 제일 중요하다. 개선이 실제로 이뤄지고, 또 안 되고 있으면 바꿀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특히 기업들이 건의한 것은 바로 반영해줘야 신뢰가 생긴다. 농협지주는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웃음). 다른 지주사들은 수익의 60∼70%가 외국인 주주들로 가지 않나. 우리는 많이 벌면 벌수록 농촌과 농민들로 간다.”
-관(구 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에서 반관반민(금융감독원), 정책금융기관(수출입은행)에 이어 이제는 완전 시장사이드인 농협지주로 오셨다.
“시장은 빠르기 때문에 스피드 싸움이다. 관(官)은 (페이퍼상의) 표현 하나에도 정책적 의미가 달라질 수 있어 표현이 중요했지만 여기에서는 선제적으로 가야 하고 그래서 빨라야 한다. 정보를 공유해서 전략을 세워야 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영화 삼총사에 나오는 올 포원(ALL FOR ONE)에 빗대 ‘스피드, 소통, 현장, 신뢰’를 강조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만 해도 공공기관인데 거기서 금융지주가 떨어져나온 지 3년이다. 아직까지는 잔재가 조금 있을 수 있지만 지금부터는 비즈니스 마인드, 시장 마인드로 완전히 탈피해야 한다. 형식 탈피도 필요하다. 그래서 보고체계를 바꿨다. 실무자들에게 전화나 문자로 보고하고 페이퍼도 간단히 하라고 했다. 회의는 1시간 이내로, 실무자들 보고서도 1장으로 줄였다. 내부 전산망 ‘아리오피스’에 대화방을 만들었는데 직원 누구나 들어가 나에게 하고픈 메시지를 남길 수 있다.”
-얼마 전 인적 부문 자산운용, 보험사업, 여신 등 4대 핵심 분야 경쟁력 강화를 선포했는데.
“앞으로 금융산업은 증권과 자산운용 부문이 선도해야 한다. (초저금리 상황에서) 은행산업이라는 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지 않으면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NIM(순이자마진)이 떨어지고 각종 수수료도 통폐합되고 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 수수료와 예대마진이 수익의 80∼90%를 차지했지만 이젠 아니다. 그래서 지금 다들 해외로 진출하려는 것인데 대개 해외 지점, 사무소 형태 일색이다. 별로 돈도 못 번다. 기업이 해외로 나가고 금융이 따라갔지만 지금은 뒷북 영업밖에 안 된다. 이제 기업들도 자체 파이낸싱을 하므로 현지에 가서 합작 등으로 현지인하고 장사를 해야 한다. 앞으로 농협지주는 3가지 카테고리로 핵심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래서 계열 은행·증권·보험사들로 구성된 글로벌투자전략협의체도 만들었다. 첫째 지분투자, 기존 은행에 투자하는 등의 형식으로 진출할 것이다. 두 번째는 해외 프로젝트 참여다. 농축산업 관련된 것이라든지 수출입은행 프로젝트에 함께할 작정이다. 해외 진출국의 인프라에 투자하지 않고는 성공하기 어렵다. 셋째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활용한 해외 공적부조 사업에 참여할 것이다. 이를 위해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와도 어제(14일) MOU를 맺었다. 농협지주는 뉴욕 베이징 하노이 등 현지법인 6개와 사무소 1개가 전부로 다른 지주에 비해 후발주자이므로 처음부터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해 통합 출범한 NH투자증권의 역할이 남다를 것이다.
“그래서 아웃소싱 전문가도 영입했고 아문디와도 합작할 예정이다. 다음으로 키워야 할 것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이다. 우리가 유리한 것을 꼽으라면 역마진이 없다는 점이다. 타사들은 저축성 보험과 변동성 보험을 팔아서 타격이 심하다. 우리는 그런 걸림돌이 없기 때문에 은행, 증권 등과 연계해 저변을 넓혀가기만 하면 된다.”
-인적 쇄신 방향은.
“아웃소싱을 많이 할 것이다. 전문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금감원조차 37%가 아웃소싱이다. 은행이 방카슈랑스와 펀드 파는데 내용을 알아야 잘 설명할 수 있다. 점포장들이 상품을 쉽게 설명할 수 있도록 교육하라고 점포 돌 때마다 독려하고 있다.”
-신규 인력 채용 방안은.
“6급은 지역인재로 뽑는다. 6급인데도 대부분 대졸 출신이다. 서울에서 채용하면 2∼3년 근무한 뒤 다시 서울로 올라갈 생각만 한다. 지역 취업이 되니 그만큼 지역을 잘 알고 영업력도 뛰어나게 발휘하므로 훨씬 효율적이다. 생보·손보 쪽으로도 지역인재 채용을 확대할 생각이다.”
-요즘 화두는 핀테크와 인터넷 은행이다.
“그건 우리가 제일 빠르다고 자부한다. 타사와 똑같이 출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늦을 이유가 없다. 우리가 개발해 12월 말 오픈하는 금융공동오픈플랫폼(API)을 개방한다고 하니 업체들이 계속 접촉해 오고 있다. 어차피 이 업체들은 우리의 고객이다. 핀테크는 개발자만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되고 최고경영자(CEO)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 하나 자랑거리는 모든 서류를 암호화했다는 점이다. 제목과 내용을 다 암호화해놨기 때문에 누가 가져가도 아무 소용 없게 만들었다.”
-핀테크에 대한 관심은 많아지고 있지만 농협지주 계열사들 이용 고객들의 연령이 많다. 젊은 고객 확대 방안은.
“빅데이터가 중요하다. 빅데이터를 통해 젊은층에게 필요한 상품을 소개해 판매하는 등의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은행 창구에서 젊은이에게 연금 상품을 권해서는 외면을 받는다. 젊은이와 노년층, 장년층을 구분해 영업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전략을 마련할 것이다.”
-자산 규모는 다른 금융지주에 앞서지만 수익성은 아직 떨어진다.
“은행 점포는 농협의 특성상 전국 오지까지 지점이 들어가 전국 최다다. 하지만 이처럼 사회기여 측면을 고려하다 보니 영업 효율성이 떨어진다. 앞으로는 아무래도 돈이 많이 몰리는 수도권 점포 비중을 40%에서 50%로 늘려나갈 것이다. 우리가 후발주자이기는 하지만 복합점포 1호인 ‘광화문 NH농협 금융 플러스센터’를 처음 열었다. 복합점포 운영으로 자산 1억원이 넘는 고객이 5000여명에서 7000여명으로 늘어나는 등 성과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저축은행과 캐피탈을 포함해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연계 영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농협중앙회와의 미래 지향적 관계는 어떻게 설정하고 있나.
“윈-윈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농협·축협 분야가 있는 농협경제 부분은 농협이 해외 진출 시 잘할 수 있는 버팀목이자 장점이다. 농협이 지난 1월 중국 신시왕그룹과 협력해 우유를 수출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해외에서 창고 짓고 파이낸싱이 필요한테 이런 걸 우리가 지원하려고 한다. FTA로 농촌이 어려워지고 있지만 우리는 역으로 농축산물을 많이 수출하도록 하자는 거다. 그래서 코이카하고도 MOU를 맺은 것이다. 전남 창조경영센터 등과 연계해 농축산물 수출을 위한 파이낸싱을 지원할 것이다.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관련해서도 공동 파이낸싱을 할 기회를 모색해 나갈 예정이다.”
이동훈 경제부장 dhlee@kmib.co.kr
[데스크 직격 인터뷰-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3가지 핵심사업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공략”
입력 2015-07-24 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