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민간인 도·감청 의혹이 여의도를 강타하면서 ‘임 과장 삭제 로그파일’이 정국을 가를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로그파일을 다 풀어내면 그동안 국정원이 이탈리아 ‘해킹팀’으로부터 구입한 해킹 프로그램의 사용처와 대상 인물 등 모든 궁금증이 풀리기 때문이다. 야당은 해킹 대상자가 민간인들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국정원과 여권은 대공 용의점이 짙은 인물들로 국가안보를 위해 감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국정원의 해킹 대상자로 추정된 사람들은 민간인과 대공 용의자의 경계선상에 있는 인물로 보인다. 앞서 이병호 국정원장은 지난 14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RCS(리모트컨트롤서비스)를 민간인에게 사용하지 않았으며 20개를 구입해 18개는 대공 용의자에게, 나머지는 연구용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반면 국정원과 해킹팀의 거래를 중개한 업체 대표는 “(국정원의 타깃은) 중국 내 내국인”이라고 했다.
관심의 초점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정원 직원 임모 과장이 자살 직전 삭제한 부분이다. 기록 복원 후 내국인 도·감청 실행 정황이 드러난다면 정국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해킹 대상자로 알려진 인물은 재미 과학자 안수명 박사와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몽골 국적 변호사 등이다. 안 박사는 중국에서 북한 인사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함의 북한 소행을 부인하는 발표를 한 사람이다. 중국 안에서 활동하는 ‘북한 스파이’ 상당수가 대상이었을 가능성도 높다. 정보기관에 근무했던 전직 관리는 2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중국은 북한 스파이들이 남측 인사와 다양하게 접촉하는 가장 큰 무대”라고 말했다. 북·중 접경지역인 단둥 등지에선 남북 간 치열한 첩보전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한국인이나 조선족이 북한에 납치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미 국정원은 지금까지의 의혹 제기만으로도 “정보 역량이 크게 훼손됐다”고 우려하고 있다. 로그파일 저장방식 특성상 RCS 외에도 다른 시스템의 로그파일까지 함께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국정원이 원본 공개를 꺼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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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과장이 삭제한 ‘로그파일’… 태풍의 눈
입력 2015-07-23 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