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VS 성완종 ‘진실공방’ 막 올랐다

입력 2015-07-23 02:43
“돈 받은 증거가 나오면, 제 목숨을 내놓겠습니다.”(지난 4월 14일 국회 대정부질문)

‘성완종 리스트’ 수사로 기소된 이완구(65) 전 국무총리의 정치생명이 걸린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엄상필) 심리로 22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부터 검찰과 이 전 총리 측 변호인은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변호인은 “검찰이 갖고 있는 증거를 모두 내보이라”고 요구했고, 검찰은 “절차에 따라 증거 열람·등사 신청을 하면 다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준비기일이라 이 전 총리는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검찰은 이 전 총리의 구체적 범죄사실을 공개했다. ‘이 전 총리가 2013년 4월 4일 오후 4∼5시 충남 부여군 자신의 선거사무실 2층 집무실에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상자에 포장된 현금 3000만원이 든 쇼핑백을 건네받았다’는 내용이다.

변호인은 “돈 받은 적 없다. 공소사실을 부인한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두 사람이 만난 적은 있느냐’고 묻자 “자세한 건 나중에 밝히겠다”고 답했다.

검찰은 “공여자가 사망한 상황에서 진술보다 가치 있는 물적 증거를 확보했다”며 “시간이 경과할수록 참고인들의 기억이 흐려지거나 왜곡될 수 있으니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6주 후인 8월 31일 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본격 재판은 9월에야 진행된다는 의미다.

23일에는 이 전 총리와 한날 기소된 홍준표(61) 경남도지사의 첫 공판준비기일이 있다. 홍 지사는 재판에 대비해 ‘전관’인 이광범(56·연수원 13기) 변호사와 이철의(49·연수원24기) 변호사 등 거물급 변호인단을 꾸렸다. 이광범 변호사는 법원행정처 인사실장, 대법원장 비서실장 등을 거친 ‘엘리트 판사’ 출신이다.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 사건 특별검사로도 활동했다.

한편 ‘성완종 리스트’의 나머지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은 24일 임시국회가 끝나는 대로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의원을 소환조사할 계획이다. 두 의원은 앞서 3차례 검찰 소환에 불응했다. 이 의원과 김 의원은 성 전 회장으로부터 각각 2000만원, 3000만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성 전 회장에게 2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새누리당 김근식 전 수석부대변인을 조만간 불구속 기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현수 양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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