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기업은행에서 문화콘텐츠금융 업무를 할 사람을 뽑는다고 했을 때는 믿지 않았어요.”
지난 21일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만난 문화콘텐츠금융부 윤성욱(38·사진) 과장은 입행 결정 당시를 이같이 회상했다. 윤 과장은 대학 졸업 후 영화 제작사와 벤처캐피털 회사에 근무하며 영화 제작과 투자업무를 해왔다. 누구보다 업계 생리를 잘 알기 때문에 제1금융권, 그것도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리스크가 큰 사업에 뛰어들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짜 문화콘텐츠금융부가 꾸려졌고, 그는 이제 4년차 은행원이 됐다.
자연스럽게 최근 개봉한 ‘연평해전’ 이야기가 먼저 나왔다. 영화가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일각에선 애국심을 강요하는, 보수적 영화라며 부정적으로 보기도 한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정부 색채에 맞게 지원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윤 과장은 “영화적 완성도, 정치색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며 “감독님의 열정이 첫 만남에서부터 강하게 느껴졌고, 수많은 사람이 크라우드펀딩에 동참한 것을 보면서 이 소재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판단해 투자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투자 요청이 들어오면 문화콘텐츠금융부 직원 12명과 심사부 직원들이 함께 다각적으로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은행인 만큼 투자수익률만 좇지 않고 보수적이고 안정적으로 투자한다는 말도 전했다.
연평해전 성공 이후 그는 ‘문화 콘텐츠의 힘’을 절감하고 있다. 그는 “은행에 ‘연평해전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격려가 많이 들어온다”며 “한 고객은 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아 다른 은행에 예치돼 있던 예금을 기업은행으로 옮기기도 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대신 일은 바빠졌다. 투자 검토 요청이 밀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에 한 건 이상, 한 달이면 수십 건 문의가 들어온다. 그는 “부서 인원이 많지 않아 한계가 있지만 일단 연락이 오면 검토해 답변을 드리고 있다”며 “바빠졌지만 문화콘텐츠로도 기업은행을 기억해주시니 그것만으로도 뿌듯하다”고 말했다.
박은애 기자
문화콘텐츠금융부 윤성욱 과장 “영화 보고 감동 받은 고객 주거래은행을 바꿨어요”
입력 2015-07-23 0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