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이자 장사만 한다고요?… 기업은행, 문화 콘텐츠 투자 ‘대박행진’

입력 2015-07-23 02:35

최근 영화 ‘연평해전’이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개봉한 지 한 달 가까이 됐지만 아직도 박스오피스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2일 현재 누적관객 수는 571만명을 넘어섰다.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IBK기업은행의 투자로 크랭크인할 수 있었다는 등 비하인드 스토리도 주목받고 있다.

이 영화는 기업은행의 30억원 지원을 밑바탕으로 빛을 볼 수 있게 됐다. 김학순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벌어진 연평해전을 온 국민이 기억하길 바라며 영화 제작에 매달렸다.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제작에 나섰지만 6∼7년간 번번이 무산됐다. 나중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국민들의 모금으로 제작비를 마련하기도 했지만 전투장면이 많은 영화를 찍기엔 부족했다. 마지막으로 문을 두드린 곳이 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였다.

처음 김 감독은 영화 제작을 위해 4억원을 대출받고 싶다고 문의했다. 기업은행은 영화 완성도를 고려해 투자로 전환해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감독의 열정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시나리오의 힘, 크라우드펀딩과 해군 지원 등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30억원 투자 결정을 내렸다.

손익분기점은 관객 300만명. 기업은행은 소위 ‘대박’을 터뜨렸고, 김 감독은 오랜 꿈을 실현했다. 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이 추구하는 가장 성공적인 사례다. 중소기업 전문은행으로 가능성이 있는 곳을 지원해 기업 성장을 돕고, 이를 통해 기업과 은행이 함께 성공하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다.

처음부터 기업은행 콘텐츠 투자가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야심차게 투자에 나섰던 첫 작품 ‘관능의 법칙’은 흥행에 실패했다. 하지만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이제는 흥행 영화 투자자 명단에서 기업은행 이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명량’ ‘국제시장’을 비롯해 ‘군도’ ‘관상’ ‘수상한 그녀’ 등은 모두 기업은행 투자의 손길을 거친 영화다.

문화콘텐츠금융은 제1금융권이 잘 시도하지 않는 분야다. 부가가치가 높고 고용창출 효과가 크지만 성공 확률이 희박해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통념을 깨고 2012년부터 문화콘텐츠산업에 금융 지원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부서 내 팀으로 시작했지만 이듬해 조직을 확대해 콘텐츠금융팀과 콘텐츠투자팀으로 구성된 부서가 탄생했다. 지난해 문화콘텐츠 대출·투자액은 총 3312억원으로 목표(2500억원)를 훌쩍 넘겼다. 올해 6월 말 기준 대출·투자액은 약 1700억원에 이른다. 6월 말 현재 총 투자수익률은 약 6%다.

투자가 많이 부각되긴 했지만 더 규모가 큰 것은 대출이다. 분야도 영화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방송, 디지털 콘텐츠 제작, 영상 편집 등으로 다양하다. 사실 중소 콘텐츠 업체에 은행 문턱은 높다. 제조업체처럼 원가계산서 등을 통해 숫자로 보여줄 수 없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문화산업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대출을 받기 쉽지 않다.

기업은행은 문화 콘텐츠 전용 대출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강소기업 육성자금 대출’ ‘완성보증부대출’ 등과 함께 협약기관에서 추천하거나 거래하는 기업에 저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문화 콘텐츠 협력기업 대출’을 취급한다. 본점 내 문화콘텐츠금융부뿐 아니라 전국 59개 영업점을 문화 콘텐츠 거점 지점으로 운영하면서 콘텐츠 전담 실무자를 배치해 상담을 하고 있다. 영세한 업체에 회계사와 경영 컨설턴트 등의 전문 서비스로 제공한다.

대출 시에는 재무제표만 보지 않는다. 무형자산의 가치를 평가한다. 콘텐츠 내용은 물론 업체의 업계 평판, 시장에서의 사업 리스크 등을 살펴본다. 콘텐츠의 경우 기술금융처럼 객관적으로 평가해줄 수 있는 기관이 없기 때문에 은행 내부 인력들 의견뿐 아니라 해당 업계 전문가들로부터 조언을 구한 뒤 종합해 심사한다.

기업은행은 앞으로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우수 문화 콘텐츠 중소기업을 적극 발굴·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지원 수단을 다각화하기로 했다. 매년 2500억원을 공급하고, 콘텐츠의 기획·제작·마케팅 등 단계별 특성 및 콘텐츠 중소기업 규모별 자금 수요에 따라 맞춤형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