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이 총 1100조원대로 불어나 위험 수위에 이르자 정부가 22일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내놓았다. 핵심은 내년부터 담보 중심의 금융사 대출 심사를 소득에 기반을 둔 상환능력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심사를 까다롭게 해서 돈 빌리기를 어렵게 하면 대출금액이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또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대출 시점부터 원금을 나눠 갚도록 유도해 분할상환 관행을 정착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빚이 늘어나는 구조에서 갚아나가는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얘기다.
이 같은 정부 대책은 대출 구조의 질을 개선하고 부실 발생 위험을 줄인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방향임에는 틀림없다. 한국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는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 금융규제 완화로 지난해부터 급증세를 보여 억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었다. 특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연내에 현실화되면 국내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심각한 가계 빚 부실화를 초래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간 가계부채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혀온 정부가 뒤늦게 대책을 마련한 것도 그 심각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번 방안이 가계부채 증가 속도와 양을 미시적으로 조절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본질적 해법이 아니라서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은행권 자율 가이드라인에 의한 분할상환 유도 부분도 서민들에겐 큰 부담이 된다는 점에서 쉽게 정착이 될지 의문이다. 상환능력 심사 강화는 은행 문턱을 높여 서민이나 영세 자영업자들을 제도권 밖으로 내몰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금리를 인상하거나 부동산 금융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금리 문제는 경기 침체 등으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그럼 남은 카드는 지난해 부동산 활성화 대책에 따라 완화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다시 강화하는 것이다. 수도권에만 적용되는 DTI를 전국으로 확대해야 가계부채 총량을 줄일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한데 ‘빚내서 집 사라’고 유도하던 현 정부에서 규제 강화를 선택하기는 어려울 게다.
지난해 부동산 규제 완화와 이번 대출심사 강화는 사실 엇박자 정책이다. 이렇게 정책이 상충되면 시장의 혼란만 초래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소득 증가 속도보다 빠르다는 점도 문제다. 정부는 지난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할 때 160%대인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을 2017년까지 5% 포인트 떨어뜨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올 들어 부채비율이 오히려 올라가면서 사실상 관리에 실패했다. 가계소득 증대 방안이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대책의 열쇠인 소득증대 방안을 비롯해 근원적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가 더 고민해야 한다.
[사설] 가계대출 규제책과 소득증대방안 병행 추진해야
입력 2015-07-23 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