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이끄는 영국 보수당 2기 정부의 흑자재정 달성을 위한 사투가 무섭게 전개되고 있다. 이미 졸라맨 허리띠를 몇 차례나 다시 졸라매고 있고, 아예 “벌어들인 만큼만 쓰는 나라를 만들자”는 철학까지 주입하고 있다. 오는 2019∼2020 회계연도에 19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재정을 만들어놓겠다는 캐머런 정부의 목표가 실현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은 21일(현지시간) 모든 정부 부처에 2019∼2020 회계연도까지 기존 예산을 각각 40%, 25% 삭감토록 하는 두 가지 세부계획을 만들어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재무부는 이를 통해 2019∼2020 회계연도에 정부 지출을 200억 파운드(약 35조원) 삭감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영국 정부는 지난 15일에도 향후 5년간 복지 지출을 120억 파운드(약 21조원) 축소하고 50억 파운드(약 9조원)의 세수를 확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들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모두 65조원의 예산을 아낄 수 있게 돼 5년 뒤에는 흑자재정으로 돌아서게 된다.
예산절감안을 두고 정부 안에서조차 “너무 과격한 긴축안”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오스본 장관은 이날 의회에서 긴축안을 설명한 뒤 “우리가 ‘버는 만큼 쓰는 영국(Building a Britain that lives within its means)’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이 정도 긴축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무부는 예산절감 방안으로 우선 부처 소유 부동산 매각을 적극 독려할 방침이다. 부동산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고정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현재 3000억 파운드(약 540조원)어치의 빌딩과 땅을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공무원과 교사 등 공공부문 종사자 임금인상 제한 및 공공부문 서비스의 민영화도 추진키로 했다.
다만 영국 정부는 건강보험 예산과 학교 예산은 더 늘리고 해외원조 예산(0.7%)과 국방비(2%)는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딱 버는 만큼만 쓰겠다”… 英 정부, 허리띠 더 죈다
입력 2015-07-23 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