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불법 해킹 의혹] ‘박근혜표 개혁’ 발목 잡는 국정원

입력 2015-07-23 02:39

박근혜정부 들어 연거푸 파문을 일으켰던 국가정보원이 또 의혹과 정쟁(政爭)의 중심에 서면서 갈 길 바쁜 ‘박근혜표 개혁’이 다시 발목을 잡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첫해 대선개입 논란, 지난해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에 이어 국정원발(發) 악재가 연례행사처럼 불거진 탓이다.

특히 이번 논란은 박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를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정하고 이를 위한 강도 높은 개혁을 위해 매진하는 시점에 불거졌다. 국정원의 설명과 해명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민간 사찰 의혹을 거듭 제기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박 대통령이 천명한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이른바 4대 개혁을 비롯한 국정과제 이행 추진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국정원은 2013년 이후 매년 논란의 장본인이 돼 왔다. 2012년 대선 과정의 인터넷 댓글 사건과 이듬해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국정원은 끊이지 않고 논란을 야기했다. 2013년 6월에는 남재준 당시 국정원장의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가 이어졌다. 이 때문에 야당은 장기 장외 투쟁을 벌였고, 결과적으로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국정원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에 휘말렸다. 박 대통령은 같은 해 4월 15일 국무회의에서 사과를 하면서 국정원에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뼈를 깎는 환골탈태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었다.

하지만 이병호 원장 체제로 바뀐 올해에도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운용 관련 의혹은 정국의 최대 이슈로 불거진 상태다. 여권 관계자는 22일 “국정원의 명백한 불법행위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이번 논란도 조만간 수그러들겠지만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국정원의 국내정치 불개입 천명, 자체 개혁 등이 이뤄졌음에도 신뢰 회복은 여간해선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 역시 이번 파문에 대해 거리낄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내심 의혹 장기화에 따른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다. 청와대는 이번 사태에 직접 나설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별다른 입장 표명은 자제하고 있다. 다만 박 대통령이 개혁과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매진하자는 뜻을 연일 천명하는 시점에 터진 것에 대해선 곤혹스러운 표정이 확연히 감지된다. 한 관계자는 “국정원 사태와 관련해선 할 말이 없다”며 “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핵심 개혁과제 이행에 속도를 붙이는 게 청와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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