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조선어-영어 성경’으로 北 선교 지원”… 한국순교자의소리 공동대표 에릭 폴리 목사 부부 회견

입력 2015-07-23 00:17
한국순교자의소리 에릭 폴리(왼쪽)·현숙 폴리 공동대표가 22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각각 ‘조선어 스터디 성경’과 ‘조선어/쉬운 영어 스터디 성경’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전호광 인턴기자

“북한 주민과 탈북민들 사이에서 영어학습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도 자신의 보좌관들이 영어를 배우기 원한다고 합니다. 앞으로 북한에서 영어학습에 대한 욕구가 커질 것입니다.”

한국순교자의소리(Voice of the Martyrs Korea) 공동대표 에릭 폴리 목사는 22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조선어/쉬운 영어 스터디 성경’ 발간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 이 성경은 북한 주민이나 탈북민들이 영어를 공부하며 성경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제작된 것으로 이번에 처음으로 발간된다.

폴리 목사는 “영국의 위클리프 미션어시스트로부터 저작권을 얻고 미국과 네덜란드의 순교자의소리, 신학자, 탈북민 등의 도움을 받아 제작했다”며 “특히 영어를 사용하는 많은 사람들이 탈북민 등 북한 사람들과 함께 성경을 공부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성경은 구약의 창세기와 신약 27권으로 구성돼 있다. ‘조선어(북한어)’와 영어로 성경 각권에 대한 설명이 들어있고 단어장도 포함돼 있다. 그는 “판매용은 아니다”며 “탈북민과 북한 주민, 이 성경을 북한선교를 위해 효과적으로 사용할 교회나 선교단체에 배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폴리 목사가 북한선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3년부터다. 미국 1500여 기독교 단체와 함께 노숙인, 마약중독자 등 소외계층을 돌보던 그는 꿈속에서 북한선교에 대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그는 “평소 이런 영적인 꿈을 꾼 적이 없었다”며 “하나님은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버리고 북한의 지하교인을 섬길 것이라고 알려주셨다. 땀을 흘리며 깨어났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하나님의 때를 묵묵히 기다렸고, 몇 년 뒤 이는 현실로 나타났다. 2000년 결혼한 한국인 아내 현숙 폴리 등 우리 가족은 자연스레 모든 것을 뒤로하고 북한사역을 시작하게 됐다”고 간증했다.

박해받는 북한 지하교회 성도들에게 선교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그는 탈북민에게 성경을 가르쳐 그들이 직접 가족과 이웃에게 복음을 전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생명의 위협을 받았다. 세계 각지에서 그와 함께 일해 온 선교사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북한 지하교회 교인들을 돕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북한의 기독교 탄압 실태를 공개해 왔다.

한국순교자의소리는 북한에 성경말씀이 담긴 비닐코팅전단지와 MP3플레이어(조선어성경 녹음, 북한식 찬양 및 양육프로그램 수록) 등이 든 ‘복음풍선’을 날리고 있다. 중국과 북한의 국경지대 등에서 탈북민을 양육하며 대북 단파라디오 방송을 통해 복음도 전한다. 조선어연대기성경, 남북대조성경 등도 출간해 북한 사람들의 성경이해를 돕고 있다(02-2065-0703·vomkorea.kr).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