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국내 항공업계는 올해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릴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6월 한 달 동안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대한민국을 휩쓸면서 국적 항공사들은 그야말로 늪에 빠진 분위기였다. 이제 메르스는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고, 각 항공사들은 대대적인 마케팅을 개시하며 여름 휴가철 공략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천국과 지옥을 오간 항공업계
인천국제공항 6월 여객수송량은 전년 대비 9.4%, 전달에 비해 22.2% 감소한 331만5000명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선별로 살펴보면 중국(-21.5%), 중동(-5.4%), 일본(-4.5%) 노선 등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중국 노선은 36개월, 일본 노선은 9개월만의 마이너스 성장이다. 항공사별로는 대한항공 국제선 여객이 지난해와 비교해 4.4%, 아시아나 항공이 14.1% 줄었다. 중국 노선을 기반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던 저비용 항공사들의 타격도 컸다. 티웨이항공과 이스타항공은 5월과 비교해 6월 국제선 여객이 22.3%, 14.4% 각각 감소했다.
지난 1분기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딴판이었다. 유가하락과 환율의 영향으로 영업환경이 개선됐고, 항공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다. 올해 국제선 1분기 여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3% 증가한 1555만명으로 집계됐다. 역대 1분기 실적 중 최고치였다.
1분기에 항공사들은 실적잔치를 벌였다. 대한항공은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7.4% 증가한 1899억원을 기록했고, 아시아나항공은 영업이익 770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제주항공은 211억원의 1분기 영업이익으로 사상 최대 분기실적을 달성했다.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다
대한항공의 7∼8월 예약률은 70%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국제선 탑승률이 67%로 전년 동기에 비해 7% 포인트 정도 낮았던 점을 고려하면 해외 여행심리가 회복되고 있다는 의미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7∼8월 예약률이 80%대를 회복했다. 특히 지난달 58.6%로 떨어졌던 중국 노선 탑승 예약률이 이달 70.4%, 8월 84.7%로 각각 상승했다.
인천국제공항 출입국자수도 감소 폭이 줄고 있다. 이달 들어 지난 6일까지 출입국자수는 63만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5% 줄었다. 여전히 두 자릿수의 감소 폭을 기록했지만 지난달 20일부터 30일까지의 전년 동기 대비 이용객 감소 폭 17.0%와 비교하면 회복세를 보였다. 항공사 관계자는 23일 “이전 수준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그래도 메르스 여파로 인한 최악의 국면은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메르스 파고 넘는다
대한항공은 지난 15일 지창훈 총괄사장이 중국 베이징으로 건너가 중국 주요 대형 여행사 총재들과 회동하고, 중국인 관광객들의 한국 방문을 위해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대한항공은 21일 중국 취항도시 소재 여행사 대표와 언론인 등 300명을 초청하는 팸투어 행사도 진행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일본 여행사, 지방자치단체, 언론인 등 390명을 초청하는 대규모 방한 행사를 마련했다. 일본인 방한단은 24일부터 오는 26일까지 서울에 머무를 계획이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일정으로 200명의 중국인 방한단을 초청했다.
저비용 항공사들은 특가 항공권을 쏟아내며 고객유치에 나섰다. 이스타항공은 국내 및 국제선 탑승권을 모바일을 통해 구매할 경우 할인해주는 프로모션을 실시했다. 총액기준 편도요금이 김포∼제주 2만3200원, 인천∼푸켓 22만5500원, 인천∼방콕 14만500원, 인천∼도쿄 10만3800원, 인천∼홍콩 9만8300원, 청주∼심양 8만3200원 등이다.
제주항공은 김포, 부산, 청주, 대구에서 출발하는 제주 노선을 편도 1만900원부터 판매했다. 유류할증료와 공항이용료를 제외한 항공운임만 놓고 보면 3600원으로 최대 90% 할인된 가격이다. 에어부산은 15일까지 세부와 씨엠립 등 동남아를 다녀올 경우 특가 탑승권을 제공했다. 이밖에 진에어, 티웨이항공도 특가 상품을 내놨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경제 히스토리] “메르스는 잊어라” 여름 휴가철 공략 총력… 죽다 살아난 항공업계의 반격
입력 2015-07-24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