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으로 ‘우울한 6월’을 보냈던 국내 항공사들은 이달 들어 숨 돌릴 사이도 없이 그리스발(發) 금융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추후 그리스 경제의 향방에 따라 유럽행 노선은 물론 해외항공편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와 유럽 국가 정상들이 구제금융 타협안을 도출하면서 일단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지만 상황을 낙관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다.
유럽 노선은 장거리 노선에 힘을 싣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게 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6월 말부터 인천∼로마 직항노선을 취항했다. 대한항공은 알이탈리아항공과 공동운항 협약을 맺어 로마 등 유럽 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아직까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유럽행 항공권 수요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 출발하는 그리스 직항노선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그리스로 가는 항공편과 여행예약 취소가 잇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추세가 유럽까지 번질 우려도 제기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23일 “국내에서 그리스로 항공기를 통해 가는 방법은 아부다비를 경유한 뒤 외항사를 이용하는 방법 등이어서 당장 그리스 항공편의 가시적인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그리스발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유럽 지역으로 떠나는 여행객이 감소되고, 유럽에서 한국으로 오는 여행 수요도 줄어들 것”이라며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했다.
항공사 관계자는 “항공업계의 실적은 대외 돌발변수에 상당히 취약하다”며 “연초부터 저유가로 영업이익이 개선되는 등 1분기 국적 항공사들의 실적이 상당히 좋았는데 메르스 영향으로 단번에 상황이 뒤집어졌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그리스 위기가 ‘제2의 메르스 사태’가 되지는 않을지 우려되지만 현재로서는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는 방법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유성열 기자
[경제 히스토리] 이번엔 그리스 걱정… 숨 돌릴 틈 없는 항공사들
입력 2015-07-24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