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너무 어려운 교육과정이 수학 포기자 양산한다

입력 2015-07-23 00:06
10명 가운데 고등학생은 6명, 중학생은 5명, 초등학생은 4명 정도가 ‘수포자(수학 포기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과 새정치민주연합 박홍근 의원이 전국의 초·중·고교생과 현직 수학교사 등 총 9022명을 대상으로 ‘수학교육 학생·교사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초등학생 36.5%, 중학생 46.2%, 고등학생 59.7%가 수학을 포기했다고 대답했다. 전국적인 조사에서 광범위한 수포자 비율이 처음 확인된 것이다. ‘잠자는 수학교실’ 이야기가 헛소문이 아니라는 얘기다.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이 어렵다고 응답한 학생 비율을 보면 초 27.2%, 중 50.5%, 고 73.5%였다. 올라갈수록 수학에 흥미를 잃고 진도를 따라갈 수 없는 학생이 급격히 늘고 있다. 수학이 어려운 이유로 ‘내용이 어렵다’ ‘배울 양이 많다’ ‘진도가 빠르다’ 등을 들었다. 이런 사실은 선진국들과의 비교 분석에서도 여실히 입증된다. ‘사교육걱정’이 2013년부터 미국·일본·싱가포르·영국·독일·핀란드와 한국의 수학 교육과정 및 교과서를 비교해 봤더니 우리 학생들은 수학을 적은 시간에 많이 배우고 있었다. 공부할 양을 따져보면 필즈상(수학 노벨상) 수상자를 다수 배출한 이들 6개국보다 초등학교는 27%, 중학교는 29%, 고등학교는 30%가 더 많았다. 주요 단원의 학습 시기도 우리가 1∼2년 빨랐다.

정부는 수포자의 심각한 실태 확인과 더불어 수학 교육과정과 수업 방법, 평가를 혁신해야 한다. 학생들이 수학을 포기하지 않고 의미 있게 배울 수 있도록 오는 9월 교육과정 개편 때 수학 교육 분량을 줄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던 잉그리드 도브시 국제수학연맹 회장은 “한국은 호기심을 자극하고 자신감을 키워주는 게 부족하다. 수학의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 당국이 깊이 새겨야 할 충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