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최현수] 북한, 체육교류 힘쓰길

입력 2015-07-23 00:20

“참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예측은 힘드네요.” 21일 만난 세계군인체육대회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오는 10월 2일부터 열흘간 경북 문경을 비롯한 8곳에서 열리는 ‘2015 세계군인체육대회’에 북한의 최종 참가 의사표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에 마감된 1차 참가 동의서 접수 시 11개 종목 213명의 선수단을 파견한다고 했다. 하지만 8월 1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최종 참가 신청서는 아직 보내지 않았다.

세계군인체육대회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올림픽(회원 204개국)과 유니버시아드대회(회원 167개국)에 이어 회원국 134개국으로 세 번째로 큰 종합 국제스포츠 대회다. 4년마다 열려 ‘세계군인 올림픽’으로도 불린다. 세계군인체육대회는 군인들이 스포츠를 통해 우의를 다지고 인류 평화를 생각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올해로 6회째가 되는 이 대회는 개별종목별로 겨루다가 1995년 종합스포츠 경기로 확대됐다.

군인대회인 만큼 독특한 경기들이 많다. 고공강하는 물론 10m마다 등장하는 장애물을 요리조리 피해야 하는 장애물 경기, 지도와 나침반만 주고 체크 포인트를 얼마나 빨리 정확하게 통과하느냐를 측정하는 오리엔터링 종목도 있다.

올해는 110개국에서 9000여명이 참가할 예정이어서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 같다. 조직위 관계자는 “각국 대표단이 저마다 독특한 군복을 입고 입장하는 모습은 장관일 것이며, ‘솔저(군인)댄스’ 경연대회도 열린다”고 전했다.

북한은 1993년 세계군인스포츠위원회 회원국이 된 뒤 1995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1회 대회부터 빠짐없이 참가했다. 성적도 좋았다. 매번 10위권에 들었다. 이번 대회에도 불참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 조직위는 그래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오겠다고 해놓고 어긴 경우가 있어서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경북 영천 육군3사관학교에서 열린 ‘세계육군 5종대회’에 참가한다고 밝혔으나 개회 바로 전날 불참을 통보했다. 이유는 선수 부상이었다. 한국에서 열리는 군인체육대회에 현역 북한 군인이 참가하는 것은 처음이어서 기대가 높았다. 실망도 그만큼 컸다. 올해 7월 광주에서 열린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도 북한은 선수단을 파견하겠다고 하고 결국 오지 않았다.

국제사회에서 스포츠 교류와 협력은 정치·외교적 관계가 꽉 막혀 있을 때 소통의 기회를 만들어줬다. 미국과 중국이 비밀수교협상을 진행시킬 때 ‘핑퐁외교’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남북관계에서도 스포츠는 꽤 일을 했다. 1964년 북한 육상선수 신금단이 도쿄올림픽에 참가했을 때 홀로 월남한 아버지 신문준씨와 15분간 짧은 상봉을 했다. 최초 이산가족 상봉이었다. 언론은 ‘단장(斷腸)의 38선 세계를 울렸다’고 보도했다. ‘눈물의 신금단’이라는 유행가도 나왔다. 1991년 일본 지바현에서 열린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는 최초로 남북한 단일팀이 출전해 중국을 꺾고 우승했다. 한국팀 현정화 선수와 북한 이분희 선수의 우정은 2012년 영화 ‘코리아’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는 미녀응원단과 함께 북한팀이 참가해 흥행도 성공시켰고 ‘북송(北送)’의 대명사였던 만경봉호에 우리 시민들이 승선하는 등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행사도 있었다.

스포츠 교류가 남북관계를 개선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아니다. 하지만 남북 간 거리감을 좁혀준 것만은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 북한이 꼭 참가하길 바란다.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혹 해빙의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해서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