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자치분권 위해 2862억 ‘통 큰 양보’

입력 2015-07-22 04:14
박원순 서울시장과 서울시 21개 구청장들이 21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자치분권 실천을 위한 약속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구룡마을 개발과 한전부지 공공기여금 용처를 놓고 서울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강남구는 동참하지 않았다. 구성찬 기자

서울시가 지방자치 20주년을 맞아 진정한 자치분권을 위해 자치구에 생활밀착형 권한을 위임하고, 자치구 재정자립을 위해 조정교부율을 올리는 내용의 ‘자치분권특별시, 서울’의 길을 선언했다. 이는 다른 시·도와 시·군·구간 조정교부율 조정과 권한 위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1일 시청에서 ‘자치분권 실천을 위한 약속’을 발표하고 “지방자치 20년을 맞는 올해야말로 진정한 자치분권시대로 나아가는 새로운 대전환을 반드시 이뤄내야 할 때”라며 “서울시는 참된 자치분권과 지방자치 제2의 도약을 위해 선도적인 분권모델의 길로 나아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우선 열악한 자치구의 재정상황을 감안, 조정교부금 교부율을 인상해 현재 97.1% 수준인 기준재정수요충족도를 10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행 보통세의 21%인 조정교부율이 22.78%로 인상된다. 총 2862억원의 조정교부금이 추가로 지급돼 자치구당 평균 119억원을 더 받게 될 것으로 추산된다. 시는 향후 학술용역을 통해 정확한 조정교부금 교부율을 산정할 방침이다.

시는 또 내년부터 지난년도 수입(보통세 체납시세 징수액)을 조정교부금의 신규 재원으로 반영해 자치구에 지원한다. 이에 따라 자치구별로 평균 12억원이 추가로 지원된다.

기초연금과 무상보육 등 복지서비스를 위해 필요하지만 자치구의 열악한 재정 상황으로 편성되지 못한 복지비도 시에서 일부 지원한다. 올해 서울시 자치구에서 미편성된 복지비는 기초연금 1020억원, 무상보육 183억원 등 1203억원에 이른다. 서울시는 이 중 조정교부금 추경예산 645억원을 편성해 자치구에 지원한다.

이와 함께 정책 수립시 자치구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협의·조정하는 사전절차인 ‘자치영향평가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이를 통해 서울시 정책이 자치구의 행정권과 조직권을 침해하는 사항은 없는지 면밀히 검토해 보완·수정하게 된다. 아울러 시장과 구청장이 정례적으로 모이는 서울자치분권협의회를 구성해 시와 자치구간 정책협조 사항, 자치분권 추진 관련 의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시는 또 자치구가 더 잘 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권한들을 과감히 자치구에 넘기기로 했다. 소규모 공원의 지하공영주차장 건립 심의 권한을 확대하고 중앙차로 버스정류소 흡연 단속 권한을 자치구에 위임하는 등 우선 3개 사업부터 권한을 위임한다.

서울시 구청장협의회장인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은 “박 시장의 결단에 25명의 구청장을 대표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서울시가 자치구의 재정확충 및 분권강화를 위한 실질적인 해결책이 빠진 실체없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동참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