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 위의 호랑이’로 불리며 프로농구 명장(名將)으로 꼽히던 전창진(52) 안양 KGC 인삼공사 감독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21일 승부조작을 주도하고 수억원대 불법 스포츠 도박을 벌인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전 감독에 대해 22일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전 감독은 부산 KT 감독을 맡고 있던 지난 2월 20일 서울 SK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연예기획사 대표 전모(49)씨와 지인 강모(38·구속)씨에게 자신의 팀이 6.5점 이상 차이로 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들의 통화는 같은 달 15일부터 경기 전날인 19일까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전 감독은 몽골인 명의로 된 폴더형 휴대전화를 사용했다. 강씨가 마련해준 대포폰이었다.
전씨와 강씨는 각각 다른 사람을 시켜 전 감독이 알려준 대로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돈을 걸게 했다. 지시를 받은 김모(37)씨와 윤모(39)씨는 각각 2억원과 1억원을 베팅했다. 경찰은 이 돈을 전 감독이 사채업자에게서 차명계좌를 이용해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20일 오후 4시에 열린 경기에서 KT는 전 감독 말대로 SK에 15점차로 졌고, 전 감독 측은 1.9배인 5억7000만원을 배당받았다. 경찰 분석 결과 이날 경기에서 주전 조모 선수는 정규시즌 평균 출전시간보다 15분15초 덜 뛰었다. 주전 센터인 외국인 C선수의 출전시간은 정규시즌 평균보다 14분19초 짧았다. 반면 후보인 외국인 E선수와 김모 선수는 각각 평균보다 12분41초, 1분54초 더 투입됐다. 경찰은 전 감독이 이런 수법을 동원해 일부러 경기에 패했다고 보고 있다.
전 감독은 27일 오후 7시 부산에서 열린 고양 오리온스와의 경기를 앞두고도 전씨와 강씨에게 같은 정보를 제공했다. 김씨와 윤씨는 KT가 6.5점 이상 차이로 진다는 쪽에 각각 3억8000만원, 1억9000만원을 베팅했다. 20일 경기에서 배당받은 돈이었다. 그러나 이 경기에서는 KT가 5점차로 지면서 한 골 차이로 돈을 모두 날렸다.
이 경기에서 KT는 14점 앞선 채로 1쿼터를 마쳤지만 2쿼터에서 주전 C선수 등이 빠지고 후보 3명이 투입되며 3점차로 역전당했다. 전 감독은 2쿼터 종료를 40초 남기고서야 타임을 불렀다. 이날 주전선수 3명의 출전시간은 정규시즌 평균보다 각각 7분10초∼11분59초 짧았다. 반면 후보인 우모 선수는 평균보다 14분37초 더 뛰었다. C·E 선수는 각각 득점한 지 1분도 안 돼 교체되기도 했다.
전 감독은 3월 1일 오후 2시 전북 전주에서 열린 KCC와의 경기를 앞두고도 대포폰으로 강씨에게 ‘우리 팀이 진다’는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 감독이 돈을 마련하지 못해 도박에 참여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전했다. 반면 전 감독은 사채업자에게 3억원을 빌리긴 했지만 승부조작에 관여한 적은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은 2월 20일 경기 하루 전날 상대팀 문경은 감독이 연예기획사 대표 전씨와 통화한 기록도 확보하고 문 감독에 대한 추가 조사를 검토 중이다. 문 감독은 전지훈련 등을 이유로 경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전 감독이 구속되면 안양 KGC 인삼공사 벤치는 감독이 공석인 상태로 시즌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프로농구연맹(KBL) 관계자는 “사법처리 결과를 지켜보겠다”면서도 “이미 구속영장이 신청됐다는 것만으로도 KBL 자격심사 기준에 심대한 제한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강창욱 서윤경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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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7-22 0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