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민영화 4전5기… 지분 4∼10%씩 쪼개 판다

입력 2015-07-22 02:36

정부가 우리은행 민영화와 관련해 지분 4∼10%씩을 나눠 파는 과점(寡占)주주 매각 방식을 경영권 지분 매각과 병행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지분을 살 수요가 여전히 불투명해 매각 일정도 나오지 않고 있어 실패를 거듭했던 우리은행 매각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네 번의 민영화 실패 끝에 과점주주 매각방식 추가 도입=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21일 제112차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우리은행 민영화 추진방향’을 심의·의결했다. 정부가 우리은행 민영화를 시도하는 것은 2010년 이후 다섯 번째다.

이날 회의에서 나온 방안은 현재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51.04%) 가운데 48.07%를 ‘투 트랙’으로 분할 매각하는 것이다. 지분 30∼40%는 4∼10%씩 나눠 팔고 나머지 지분은 민영화가 본 궤도에 올라 우리은행 가치가 올라갈 때 좀 더 높은 가격에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매각이 성공하면 5∼6명의 주요주주들이 이사회를 통해 각자 경영에 참여하는 형태로 지배구조가 만들어진다는 게 공자위의 설명이다. 나눠 파는 지분 기준 4∼10%는 은행법상 산업자본의 은행 의결권 지분 보유한도(4%)와 4% 초과분에 대한 의결권 포기 조건으로 금융위 승인을 받아 보유할 수 있는 한도(10%)가 고려됐다. 공자위 박상용 위원장은 “그동안 과점주주 매각방식이 확정되지 않아 비공식으로만 참여 의사를 밝혔던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매각에 앞서 우리은행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차원에서 경영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할 방침이다. 예금보험공사와 맺은 ‘경영정상화 이행 약정’(MOU)의 관리지표를 완화하고, 과점주주 매각이 성공하면 MOU를 폐지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된 방안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그동안은 매각 방식이 안정화된 이후에 투자할 생각이 있는지를 묻고 다녔는데, 과점주주 방식이 제시됐으니 시장에서 입질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매각 일정 못 잡은 정부, 불확실한 미래=하지만 우리은행 매각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문제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높이고 매각을 조기에 성사시키는 것인데 둘 다 쉽지 않다. 우선 금융지주회사법 부칙에 우리은행 매각과 관련해 명시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이 과점주주 매각과 충돌한다. 남은 공적자금 4조7000억원을 회수하려면 우리은행 주가가 1만3500원은 돼야 하는데 21일 기준 주가는 9040원에 불과하다. 정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주면 이 손실분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경영권 지분 매각방식을 고집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앞으로도 경영권을 사겠다는 투자수요는 미미할 것으로 전망돼 회수자금 손실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합리적인 가격이라면 지분 4∼5%를 살 투자자는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과 함께 대기업이 참여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두 번째 쟁점은 ‘조기 매각’ 여부다. 공자위는 이날 구체적인 매각 일정을 내놓지 못했다. 과점주주로 나설 투자자들이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우리은행 매각 원칙과 충돌하는 부분이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을 경우 논의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공자위 위원들의 임기가 오는 10월 만료된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좌고우면하며 사안을 끌기보다 이번에는 매각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시장에 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과점주주 방식도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은데 정부가 체면치레만 한 모양새”라며 “공적자금 회수에 집착하기보다 최저가 가격만 정한 뒤 희망수량입찰을 하는 방식으로 정부가 우리은행을 조기에 매각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상진 박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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