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가정, 한국교회가 희망이다] 밖이 27도면 쪽방은 34도 찜통… 생필품 지원 넘어 ‘자활’에 초점

입력 2015-07-22 00:19
700여개의 작은 셋방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돈의동 쪽방촌의 골목 모습. 한국구세군이 운영하는 돈의동사랑의쉼터는 주민들에게 생필품 등을 지원하며 자활을 돕고 있다. 전호광 인턴기자

모든 게 좁았다. 붉은 벽돌로 마감한 3·4층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건물과 건물 사이 실금처럼 난 틈이 통행로였다. 골목은 어른 두 명이 나란히 걷기에도 벅찰 만큼 비좁았다. 검정 고무줄 바지를 입은 할머니가 맞은편에서 걸어오자 한쪽 벽에 몸을 붙여 겨우 피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골목의 폭만큼 좁은 하늘이 보였다. 그마저도 얽히고설킨 새카만 전깃줄 때문에 조각조각 나뉘었다. 건물 외벽을 따라 이어진 가스파이프에는 젖은 수건과 바지 따위가 옷걸이에 걸려 있었다. 민소매 내의를 입은 할아버지 2명이 물끄러미 쳐다봤다. 흰머리가 부스스했다.

20일 찾아간 서울 돈의동 쪽방촌 골목은 낯설었다. 종로3가 귀금속상가 바로 뒤쪽인 이곳에서 이런 풍경을 만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미로 같은 골목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가자 3.3㎡ 남짓한 작은 방이 나왔다. 쪽방촌에서만 11년을 산 박모(60)씨가 세 든 곳이다.

“마지막 일은 2004년쯤 서울역에서 남대문으로 가는 길에 돌을 깐 거예요. 바닥이나 벽에 돌을 붙이는 ‘돌일’을 했는데 지병 때문에 그만뒀어요.”

박씨는 마른 입술을 달싹이며 쪽방촌의 삶을 이야기했다. “여름엔 밖이 27도면 안은 34도까지 올라가 아주 더워요. 겨울엔 오후 6시부터 오전 9시까지만 가스난방을 해주니까 낮에는 그냥 냉골입니다. 전기장판이라도 쓰려고 하면 집주인이 전기세 는다고 싫어해요.”

박씨는 그래도 고시원보다 쪽방촌이 낫다고 한다. 그는 “고시원에 살면 주변에 만날 사람도 없고 지원해주는 곳도 없지 않느냐”며 “여기에 있으면 ‘사랑의쉼터’ 같은 복지관에서도 도와주고 같은 처지의 사람도 만날 수 있어서 덜 외롭다”고 했다.

2009년 개관한 돈의동사랑의쉼터는 한국구세군(사령관 박종덕)이 쪽방촌 주민들을 돕기 위해 운영하는 사회복지기관이다. 이화순 쉼터 소장은 “쪽방촌 사람들이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자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쌀과 생필품, 기업후원품 등을 나눠주고 직업재활교육과 알코올중독 예방교육 등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쪽방촌에 사는 사람들은 유동적인 노숙자”라며 “추운 겨울에는 쪽방에 살지만 여름에는 노숙하러 거리로 나가는 이들도 꽤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쪽방촌 주민은 여름철에 550여명이지만 겨울철엔 700여명으로 늘어난다.

5년 동안 총 16명이 자활에 성공했다. 이 소장은 “원래 더 많은 사람이 쪽방촌에서 국민임대주택으로 옮겨갔지만 10명 정도는 쪽방촌으로 돌아왔다”며 “쪽방촌에서 나가면 지원이 끊기고 고정수입이 있는 직업을 얻기 힘들어 자활에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여기는 집들이 붙어 있어서 화재에 취약하고 메르스 같은 전염병이 돌면 방역하기도 어렵다”면서 “환경개선사업이 진행 중인 동자동 쪽방촌처럼 이곳도 환경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고승혁 심희정 기자 marquez@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