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킹의혹 규명, 우선 국회 정보위 충분히 활용해야

입력 2015-07-22 00:50
국가정보원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른 어떤 정부기관보다 국민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그럼에도 해킹 프로그램 구입 및 불법 감청 의혹으로 정쟁에 휘말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수많은 ‘원죄’ 때문에 야당의 민간인 사찰 의혹 제기에 국정원이 아무리 아니라고 해명해도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종결짓기 위해서는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규명하는 수밖에 없다. 그것도 신속하게 결론을 내야 한다.

만에 하나 국정원이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해 선량한 국민을 사찰했다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조지 오웰의 ‘빅 브라더’를 연상케 하는 감시사회 도래를 의미한다. 그런 징조라도 보이면 당장 싹을 잘라내야 한다. 이 시점에서 진상규명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문제는 누가 어떤 방식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금과 같은 여야 정쟁으로는 의혹만 부풀릴 뿐 실체에 한 발짝도 접근하기 어렵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를 가동하며 국회 상임위 청문회, 본회의 긴급현안질문, 검찰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필요 없다고 할 순 없지만 이는 옳은 순서가 아니다. 최우선적으로는 국회 내 국정원 업무를 담당하는 정보위원회에 맡기는 것이 순리다. 정보위가 국정원 간부와 관련자들을 불러 사실관계를 추궁한 뒤 국정원 현장을 직접 방문해 눈으로 확인하는 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새정치연합은 국정원 직원 임모씨가 목숨을 끊기 전 핵심 자료를 삭제했기 때문에 현장방문이 무의미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정원이 이번 주 내에 100% 복구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만큼 내주 말쯤 방문하면 된다. 새정치연합으로서는 백신 및 보안 전문가인 안철수 의원을 정보위에 배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보위 회의와 현장방문을 통해 비공개 조건으로 국가기밀에 해당되는 관련 자료를 충분히 열람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보위만 꼼꼼히 가동하더라도 사실관계를 상당 부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지만 미흡할 경우 그때 가서 검찰 수사를 요구해도 늦지 않다. 야당이 정보위 청문회와 본회의 긴급현안질문을 고집하는 것은 이번 사태를 가급적 오래 끌겠다는 정략일 뿐이다. 공개가 원칙인 이런 회의를 통해 국정원 간부들의 행태를 외부에 노출시키는 것은 국익에도 큰 마이너스다.

뿐만 아니라 국회가 국정원 해킹 의혹 사건을 이유로 다른 현안 처리에 소홀해선 안 된다. 특히 추경안 처리는 시급을 요하는 만큼 새정치연합이 적극 협조해야겠다. 동시에 새누리당은 야당이 두 사안을 연계하는 빌미를 주지 않도록 대야 협상에 전향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 ‘국정원 대변인’이라는 야당의 비난을 새겨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