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금융위원회는 은행·증권 복합점포 내부 별도 공간에 보험사 지점의 입점을 추진하는 금융복합점포 개선안을 마련했다. 현행 방카슈랑스 규제체계를 유지하면서 작년 10월 도입한 후 5월 말 현재 44개에 달하는 은행·증권 복합점포에 보험사 지점 입점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다만 개선안에 대한 비은행계 보험사들의 반발을 감안해 2017년 6월까지 금융지주사별로 3개 이내 복합점포를 시범 운영한 후 필요시 제도 확대 여부를 재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이 개선안의 초점이 금융의 겸업화 추진이라는 큰 틀의 개선보다 복합점포 활성화라는 국지적 효율화 문제에 맞춰지면서 복합점포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은행계 보험사들의 반발을 촉발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의 신학용 의원과 새누리당의 김을동 의원은 금융복합점포에 보험사 입주의 원천 금지를 포함해 시행령 등 하위 규정을 정비하고 방카슈랑스 관련 규제를 법제화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일부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금융위 개선안을 놓고 업계의 이해가 대립되는 이유는 금융복합점포가 금융지주사 산하 은행계 보험사들에 대한 특혜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복합점포라는 새로운 판매채널이 생긴 은행계 보험사들은 환영 일색이다. 반면 비은행계 보험사들은 경쟁 관계인 은행계 보험사들의 추가적 채널 확보가 자신들의 고객 유실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찬성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만약 겸업화가 복합점포에서의 공동판매를 넘어 정보공유 등에 힘입어 금융상품과 서비스의 공동 개발과 제조로까지 진전될 경우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은행계 보험사는 시너지 효과를 향유함으로써 이득이 증가하겠지만 비은행계 보험사는 그럴 기회가 원천 봉쇄돼 양자 간 격차가 확대될 것이다. 따라서 비은행계 보험사들은 이런 겸업화 추진에 불만일 수밖에 없고 더 나아가 현재 복합점포 논의에 대한 부정적 반응의 주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정부는 복합점포 도입의 주요 이유로 소비자들의 선택권 제고를 꼽는데, 설득력이 높지 않다. 만약 복합점포가 다수 은행의 예금상품들과 다수 보험사들의 보험상품을 놓고 금리와 조건 등을 비교할 수 있는 금융상품의 종합매장이라면 소비자 선택권 제고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복합점포는 단지 일정한 장소에서 특정 금융지주사 산하 은행의 예금, 증권사의 펀드, 보험사의 보험상품을 함께 판매하는 곳에 불과하다. 이들 이질적 상품들은 상호 보완성을 지닐 것이나 비교 대상은 아니며 대체로 경쟁의 대상도 아닐 것이다. 전문성이 중요하고 금액도 작지 않아 한꺼번에 구입할 이유도 크지 않다. 게다가 현재도 이미 은행 점포에서 펀드와 보험상품을 구입할 수 있어 편의성 증가가 크지도 않을 것이다.
결국 이번 개선안은 소비자 선택 폭 확대보다 복합점포의 취급상품(보험상품) 확대가 핵심인 듯싶다. 게다가 방카슈랑스 25%룰 우회영업이나 은행대출 연계판매 가능성도 무시하기 어려워 보인다. 다만 일부에서 제기하는 불완전 판매는 복합점포에서 보험사 직원이 직접 상품 판매를 담당할 것이므로 여타 채널보다 높다고 하기 어렵다. 한국 금융의 취약한 경쟁력의 주요 원인으로 전업주의를 꼽을 수 있다. 그래서 전업주의 완화 방안은 필요해 보이지만 적절한 방법 찾기와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겸업화가 논제로섬(non zero-sum) 게임일 수 있다는 것과 이를 토대로 금융권역 간 양보와 타협 방안 모색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쉽지 않아 보이지만 국내 금융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과제이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경제시평-윤석헌] 금융복합점포의 허구
입력 2015-07-22 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