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 합의, 美 의회 로비전쟁 치열

입력 2015-07-21 03:06
이란 핵협상 합의안이 미국 의회로 19일(현지시간) 송부됐다. 미 의회는 60일간 검토기간을 거쳐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미 의회의 반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행정부는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반면 공화당 지도부는 ‘잘못된 합의’라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지와 반대로 나뉜 단체들의 광고 전쟁도 치열하다.

이런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이란 핵협상 결과를 인준하고, 대(對)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대이란 제재를 주도해온 미국에서 합의안에 대한 의회 승인 절차가 마무리되면 합의안 이행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의원들과 골프 치며 설득=이란 핵협상 합의안이 의회로 송부된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당 하원의원들과 골프를 쳤다. 조 코트니, 에드 펄머터, 존 야무스 의원 3명과 앤드루스 공군기지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의원들과 라운딩을 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공화당의 이란 핵협상 반대 주장에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동조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집단 단속이 급했던 것이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CNN의 ‘스테이트 오브 유니언’에 출연해 “만약 미국이 합의안을 부결하면 미국은 또 다른 협상을 할 수 없게 된다”며 합의안 지지를 호소했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핵협상 합의안을 반대하는 이스라엘을 달래기 위해 이날 이스라엘을 전격 방문했다.

◇공화당·이스라엘, 반대 전선 형성=그러나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인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이날 같은 프로그램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는 잘못된 합의로 국가안보가 포기되고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해제돼서는 안 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공화당 1인자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이 협정은 이란을 대담하게 만들고 핵무기 경쟁을 촉발시킬 뿐”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스라엘은 미 의회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공화당 의원들은 물론 민주당 의원들까지 접촉하며 설득전을 펼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물론 론 더머 주미 이스라엘대사 등 정부 고위급 인사들이 총동원됐다.

◇“지지” vs “반대”…광고 전쟁도 치열=‘전미이란계미국인협의회(NIAC)’는 뉴욕타임스에 전면 광고를 내고 “전쟁 대신 평화를 원하는 수천만 미국인들의 목소리를 사장시킬 수는 없다”며 미 의회의 합의안 승인을 압박했다. 또 ‘전쟁 없는 승리’를 비롯한 10여개 진보단체는 “공화당이 우리를 다시 전쟁으로 끌어들이려 한다”고 비판하면서 핵 합의 지지 청원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반면 친(親)이스라엘 로비단체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는 ‘핵 없는 이란을 위한 시민들(CNFI)’을 결성하고 이란 핵 합의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대규모 광고를 내기 시작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