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대행업자에게 수억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박기춘(59) 의원이 검찰 수사 착수 며칠 뒤 명품시계와 가방, 안마의자 등을 공여자에게 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박 의원은 지난달 5일 오전 정모(50)씨를 경기도 남양주시 자신의 지역구 사무실로 불렀다. 검찰이 같은 달 2일 분양대행업체 I사 대표 김모(44)씨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김씨의 정치권 로비 의혹 수사를 막 시작한 시점이었다. 정씨는 10여년 전 박 의원과 4·5대 경기도의회 의원으로 함께 활동한 측근이다.
검찰은 박 의원이 정씨에게 “김씨로부터 받은 시계 7점과 가방 2점이 있는데 되돌려 주라”는 취지의 부탁한 것으로 파악했다. 롤렉스와 까르띠에 시계, 루이비통 가방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방에는 2억원가량의 돈뭉치가 들어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된 상황이다. 정씨는 당일 오후 김씨를 찾아가 “시계 등에 남은 박 의원의 지문을 없애고 처음부터 (당신이) 보관하고 있었던 것처럼 해 달라”며 이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은 나흘 뒤 밤 10시쯤 정씨 집에 고급 안마의자도 배송했다. 이 역시 김씨가 박 의원에게 선물했던 것으로 검찰은 본다. 검찰은 이후 추가 압수수색으로 두 사람 주거지에 있던 박 의원 물건을 모두 확보했다. 시계와 가방, 안마의자는 현재 검찰청사에 보관돼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배종혁)는 20일 정씨를 증거은닉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그가 박 의원 요청에 따라 박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뇌물 혐의와 관련된 증거를 감추려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조만간 박 의원을 소환 통보할 계획이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명품시계 돌려주며 지문 지워달라”
입력 2015-07-21 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