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외무성 “세계유산 표 대결 땐 진다” 보고하자 “일부 양보” 아베, 전략 수정 지시

입력 2015-07-21 03:20
일본이 지난 5일 메이지(明治) 산업시설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록과 관련해 유네스코 산하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과 표 대결을 하면 진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일부를 양보해 표 대결을 피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고, 이 전략대로 합의에 의한 만장일치 등록이 이뤄졌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19일 보도했다.

교도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은 지난달 세계유산위의 정세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보고했다. 외무성은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21개 위원국이 있는 세계유산위 회의에서 표 대결 시 가결에 필요한 3분의 2 찬성이 어렵다고 보고했다. 외무성은 당시 “의장국인 독일을 비롯한 다수가 한국의 호소를 받아들였다”고 보고했고, 이에 아베 정권 내에서 위기감이 확산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지난달 19일 서울에서 한·일 외교차관급 협의가 열렸는데 한국이 강제노동이라는 의미가 분명한 ‘forced labor’를 거듭 제시했고, 이에 일본이 난색을 표했다. 그러자 한국이 대신 ‘의사에 반해 일하게 됐다’는 의미의 ‘forced to work’를 다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통신 한국판은 이 표현에 대해 그냥 ‘일하게 됐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일본 외무성이 이후 이 용어를 아베 총리에게 보고했고, 아베 총리가 ‘이걸로 가자’고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교도통신은 “일본은 ‘전시 징용은 강제노동이 아니다’는 입장이어서 아베 총리는 한국이 다시 제시한 안을 받아들여도 달라질 게 없다고 판단해 ‘합의에 의한 만장일치 등록’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통신은 이어 “그런데 한국 언론은 등록 결정 뒤 ‘일본이 강제노동을 처음으로 인정했다’고 보도하는 등 양국이 선명한 인식차를 드러냈다”고 전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