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이마트와 롯데마트 매장에서 진행된 경품행사 일부가 사실상 개인정보 불법 수집용 사기극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자동차 스마트TV 등 고가 경품은 행사 대행업체가 ‘당첨자 바꿔치지’ 수법으로 빼돌렸고, 수백만 응모 고객은 결과적으로 보험사들의 영업 행사에 개인정보만 제공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법인은 형사처벌을 피했다. 사장까지 기소됐던 홈플러스와 달리 직접 경품행사를 주관한 게 아니라 장소 제공에 그쳤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대형마트들도 수익 사업 차원에서 매장을 빌려준 데다 이마트의 경우 내부 직원이 사기 경품행사에 적극 가담하는 등 도덕적 비난은 면하기 어렵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부장검사)은 20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경품대행업체 포인트리 대표 서모(41)씨 등 5명을 구속 기소하고, 8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등 총 27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포인트리는 2012년 10월∼2013년 12월 보험사 3곳의 이마트 지점 경품행사를 대행하면서 당첨자를 바꿔치기 해 전체 경품가액 7억9000만원 중 4억4000만원어치를 빼돌렸다.
서씨는 1차 경품행사 때부터 범행을 작정했다. 그는 경품이 자기 것인 양 회사 직원들에게 “경품이 필요하면 말하라”고 했고, 직원들은 거래처 로비, 개인 채무변제, 회사 운영자금 충당 등의 이유로 허위 당첨자들의 명단을 넘겼다. 거래처 대표, 가족이나 친척, 친구, 이마트 경품행사 담당자 등에게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귀띔해 경품 응모를 시키거나 아예 대리 응모해줬다고 한다. 서씨는 실제 당첨자 이름을 지우고 대신 가짜 당첨자 인적사항을 입력했다. 누군가는 자기 몫이 될 고가 경품을 사실상 강탈당했다는 뜻이다.
서씨 일당은 47차례 허위 경품을 지급했다. 1등 자동차 경품 40대 가운데 GM대우 알페온, 캡티바, 스파크 등 26대가 이렇게 빼돌려졌다. 스마트TV, 김치냉장고, 홍콩여행 상품권 등도 ‘특별 관계인들’에게 넘어갔다. 포인트리는 사기 경품행사로 모집한 467만건의 고객정보를 보험사 3곳에 넘기고 수수료 72억원도 챙겼다.
롯데마트 매장에서 경품행사를 대행한 M사 역시 당첨자 바꿔치기로 쏘나타 1대를 챙겼다. M사는 고의로 당첨자 개별 통보를 하지 않았고, 결국 당첨자 120명 중 102명에게는 경품이 지급되지 않았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M사가 고객정보 22만건을 불법 수집한 것으로 본다.
검찰은 다만 이런 대행업체 범죄에 대형마트 법인이나 보험사들이 직접 개입하지는 않았다고 결론을 냈다. 보험사들로부터 고객정보를 불법적으로 제공받은 증거도 나오지 않아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결국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
이마트 법인영업팀 이모(41·구속기소) 전 과장은 서씨 범행을 눈감아주고 경품 자동차 3대(7050만원 상당)를 챙겼다. 그중 스파크 1대는 단골 유흥주점 여직원이 지급받도록 했다. 그는 “고가 자동차 경품은 나에게 달라”고 요구해 알페온을 당첨받고는 이를 팔고 외제차를 샀다. 이씨는 광고대행업자로부터 매장 광고 수주 특혜를 주고 9억9000여만원을 챙긴 혐의도 추가 발견됐다. 이마트 브랜드전략팀 김모(43·구속기소) 전 과장은 같은 업체로부터 무려 19억4000여만원의 뒷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대형마트 경품 대행사가 ‘당첨자 바꿔치기’ 사기극
입력 2015-07-21 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