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체의 노화와 수명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효소가 새로 발견됐다. 인류 장수의 꿈에 다다를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식물노화·수명연구단 남홍길 단장은 포스텍 생명과학과 이승재 교수, 석박사통합과정 서미화씨 등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RNA 이중나선 분리효소’인 ‘HEL-1’이 생명체의 수명 조절에 핵심 기능을 담당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규명해 냈다고 20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미국학술원회보(PNAS) 21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RNA(리보핵산) 이중나선 분리효소는 일부분이 2개의 나선구조를 갖는 RNA를 외가닥으로 풀어주는 효소다. 효소는 생명체 내부의 화학반응을 매개하는 단백질 촉매를 말한다. RNA는 DNA와 함께 유전정보 전달에 관여하는 고분자 화합물의 일종이다.
연구팀은 수명 연구에 주로 쓰이는 ‘예쁜꼬마선충’의 노화 모델을 이용해 실험했다. 그 결과 예쁜꼬마선충에서 작용하는 전체 RNA 이중나선 분리효소의 40%가 노화와 수명 조절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HEL-1 효소를 야생 꼬마선충에서 과다 발현시킬 경우 수명이 최대 18%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다. 또 일반 야생형에 비해 배 이상 오래 사는 돌연변이 꼬마선충에서 HEL-1 효소의 기능을 저해시킬 경우 수명이 약 39% 단축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HEL-1 효소가 ‘FOXO’라는 조절자를 활성화시켜 수명 연장을 유도한다는 실험 결과를 얻었다. HEL-1의 수명연장 기능은 신경과 장 조직에서 작동하고 근육, 피부에선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찾아냈다.
남 교수는 “HEL-1 효소, FOXO 등은 사람을 포함한 생명체에서 진화적으로 잘 보존돼 있는 단백질”이라면서 “앞으로 노화와 수명 연구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생명체의 노화·수명 조절 유도하는 효소 발견… 美학술원회보 온라인판에 실려
입력 2015-07-21 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