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 美에 사과하러 가기 1주일 前 우리 대법원엔 상고장 제출… “개인에 대한 배상책임 없다”

입력 2015-07-21 02:02
미쓰비시 머티리얼이 미국의 강제징용 피해자를 직접 찾아가 사과하기 1주일 전인 지난 13일 미쓰비시 그룹의 다른 계열사 미쓰비시중공업은 우리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지난달 26일 광주고법 항소심 판결에 불복한 것이다. 일본 기업들은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개인에 대한 배상 책임은 소멸됐다”고 주장하며 항소와 상고를 거듭하는 ‘시간 끌기’ 전략을 쓰고 있다.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은 1999년 3월 일본에서 처음 시작됐다. 양금덕(84) 할머니 등 근로정신대 피해자 8명이 일본 나고야 지방재판소에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그러나 우리의 대법원에 해당하는 일본 최고재판소까지 간 끝에 2008년 11월 최종 패소했다.

이후 양 할머니를 비롯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국내 법원으로 전장(戰場)을 옮겼다. 현재 국내 법원에서 진행 중인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은 총 11건이다. 미쓰비시중공업 후지코시 신일철주금(신일본제철 후신) 등 일제 전범기업 3곳을 상대로 한다.

2012년 5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개인 청구권 인정’ 판결 이후 우리 법원은 연달아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2013년 7월 10일 서울고등법원은 신일철주금에 대해 “강제징용 피해자 4명에게 1억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었다. 같은 달 30일 부산고법도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해 “강제징용 피해자 5명에게 총 8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일본 기업의 배상은 전무한 상태다. 일본 기업들은 “개인청구권은 소멸됐다”며 사건을 상고심까지 끌고 가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 11건 중 3건이 대법원에 계류돼 있고, 이 중 2건은 계류 기간만 2년에 달한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관계자는 20일 “대법원 계류 사건의 진전이 없는 사이 강제동원 피해자 2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에 따르면 국내외로 강제동원된 사람은 약 782만명이다. 이 중 일본으로 동원된 노무자는 102만명에 달한다. 미쓰비시 미쓰이 스미토모 등을 비롯해 도요타자동차 니콘 도시바 등 우리에게 친숙한 일본 기업의 강제동원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고 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