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이 1370만명을 웃도는 국내 최대 인터넷 중고 장터인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가 ‘사기나라’로 전락해가고 있다. 인터넷 사기 사건 10건 중 6건 이상이 이곳을 통해 일어나고 있어서다. 포털 사이트와 당국이 별다른 대책을 찾지 못하는 사이 선의의 피해자만 우후죽순 늘어가고 있다.
지난달 ‘중고나라’에서 아들에게 줄 장난감을 사려던 A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적당한 물건을 발견한 그는 판매자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상품 상태와 가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띄엄띄엄 응답하던 판매자는 갑자기 문자메시지 대신 카카오톡(카톡)으로 대화를 신청해 계좌번호를 불러주며 “이쪽으로 송금하면 된다”고 말했다. 미심쩍어 확인해보니 판매자는 그런 내용의 카톡 메시지를 보낸 적이 없다고 했다.
A씨는 “내가 거래를 위해 남겼던 댓글을 본 누군가가 인터넷 검색을 통해 내 카톡 아이디를 알아내 송금을 가로채려 한 것 같다”며 “온라인 직거래가 얼마나 위험한지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20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인터넷 사기 검거 건수는 3만1838건으로 지난해 연간 검거 건수(4만657건)의 78%를 넘어섰다. 이 가운데 중고나라를 통해 발생한 것이 67%를 차지하고 있다.
돈을 받고 물건을 배송하지 않거나 저질 제품을 배송하는 것은 고전적 수법이다. 최근엔 제3자가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끼어들어 돈을 가로채는 이른바 ‘삼각사기’ 등으로 수법이 진화하고 있다.
중고나라는 현재 가입자가 1376만9700여명으로 하루 평균 약 10만건의 중고품 매매글이 올라온다. 시중에 판매되는 모든 물품을 취급한다고 보면 된다. 중고나라는 100여명의 운영자가 게시판과 배너 광고 수입 등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거래되는 물건의 종류가 많고 거래량도 엄청나다보니 운영자들이 이를 일일이 관리하기가 불가능하다. 중고나라를 통한 직거래는 ‘직접거래’와 ‘안전거래(에스크로)’ 중 판매자와 구매자가 재량껏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거래가 수수료가 들지 않고 간편하다는 이유로 직거래 방식으로 이뤄져 이용자들은 사기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중고나라 측은 사기 사건과 불량 판매 등을 신고할 수 있는 게시판을 따로 마련해놨다. 사기 신고 글은 19일 하루에만 40건 접수됐고 불량 제품을 고발하는 내용은 100건 이상 올라왔지만 이들에 대한 직접적 제재는 불가능하다. 직거래 피해 사례를 판매자 전화번호와 계좌번호 등으로 조회할 수 있는 창구도 마련돼 있지만 확실한 예방책은 아니다. 이 카페가 입주해 있는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 관계자는 “경찰과 협조해 사기 사건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기획] ‘사기나라’ 된 ‘중고나라’
입력 2015-07-21 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