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본격적으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압박하면서 업계가 속을 끓이고 있다. 대형 카드사들은 수익성 악화를 염려하면서도 수수료 인하를 대비해 정률제(결제금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는 것) 전환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의당 김제남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주유소협회 등 73개 직능·소상공인 단체가 자리를 함께했다. 전날엔 중소 자영업자를 대변하는 단체 60여개가 여신금융협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드수수료 인하와 수수료 원가 공개를 촉구했다.
토론회 발제에 나선 임수강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협상력이 약한 중소 가맹점은 정부의 개입으로 수수료를 규제하지 않으면 높은 수수료를 부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맹점 대표자 단체에 협상권 부여, 영세 가맹점 범위 확대, 최저 수수료율 제정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가맹점 수수료 논의는 해묵은 논제다. ‘대형 카드사 대 영세 가맹점’이란 프레임이 만들어지면서 수수료는 꾸준히 인하돼왔다. 2007년 평균 가맹점 수수료는 4.5%였으나 2012년 가맹점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면서 영세가맹점은 평균 가맹점 수수료의 80% 또는 수수료율 1.5% 중 낮은 쪽을 적용받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2013∼2014년 평균 카드 수수료율은 2.0%다.
현재 여신협회는 적격비용을 살펴보고 있다. 2012년 가맹점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면서 3년마다 한 번씩 적격비용에 따라 가맹점 수수료를 변경하기로 했다. 적격비용에는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용, 마케팅비용, 매입정산비용 등이 포함된다. 수수료 인하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현재 중소가맹점 수준이 대형 가맹점에 비해 높고, 기준금리 인하로 조달비용이 낮아져 수수료 인하 요건이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카드사들은 수수료가 낮아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만 일단 적격비용이 산정되는 것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일부 카드사들은 낮아질 수익성을 보완하기 위해 밴(VAN) 수수료 정률제 전환에 나서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가 낮아지는 데다 결제액이 소액화되면서 결제 건당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정액제는 카드사 수익 악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2004년 8만5724원이었던 건당 결제액은 지난해 4만8674원으로 내려앉았다. 신한카드는 이달부터 신규 가맹점에 대해선 밴 수수료를 정률제로 하기로 13개 밴사와 협의를 마쳤다. 2017년부턴 기존 가맹점에도 정률제가 도입된다. KB국민카드도 정률제 전환을 위해 밴사와 협의 중이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카드 수수료 인하” 분위기 잡는 정치권
입력 2015-07-21 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