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2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며 1150원대로 올라섰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출품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수출 기업들에 반가운 소식이다. 수출 부양에 골몰하는 정책 당국의 용인 하에 환율 상승세가 이어져 연말에 1180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6원 오른 1152.1원으로 마감했다. 2013년 7월 8일(1152.3원) 이후 최고치다. 지난 4월 1066.6원까지 하락했던 원·달러 환율은 석 달 새 85원 이상 올랐다. 최근 두 달 동안 원화 가치 하락폭은 주요국 통화 가운데 말레이시아 링깃화 다음으로 크다.
그동안 그리스 사태와 중국 증시 폭락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지면서 원화가 약세를 나타냈다. 그리스 사태가 진정된 뒤에는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을 가로막던 걸림돌이 사라졌다는 평가에 달러 강세가 다시 부각되면서 원화 약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정경팔 외환선물 시장분석팀장은 “미국의 물가지표 상승세가 지속되면 미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 달러 강세가 추세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하반기 미 금리 인상을 감안하면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유효하다”며 연말 환율 전망치를 1150원에서 118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 팀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 오르면 전 산업 수출 물가는 0.48% 포인트 상승한다. 환율 상승으로 물가가 불안해질 수 있으나 0%대인 소비자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크게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다. 이 팀장은 “원화 가치 고평가로 수출 경기 침체가 심해졌기 때문에 정책 당국 입장에선 완만한 원·달러 환율 상승을 내심 반길 것”이라고 말했다.
엔화에 비해서도 원화 약세가 두드러진 상황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엔저 현상 심화로 890원대 중반까지 내려갔던 원·엔 재정환율은 현재 920원대로 올라섰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원·달러 환율 2년 만에 최고 1150원대… “1180원까지 간다” 전망도
입력 2015-07-21 0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