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초 아버지의 ‘강한 딸’ 클린턴

입력 2015-07-21 02:39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의 1950년대 가족사진. 왼쪽부터 아버지, 힐러리 전 장관, 남동생, 어머니.뉴욕타임스

흑인과 가톨릭 신자에 대한 편견이 심했고, 자식들한테 엄해 종종 손찌검도 했던 남자. 아이들이 치약 뚜껑을 닫아놓지 않으면 욕실 창밖의 눈더미 속으로 치약을 집어던져 다시 주워오게 만들었던 아버지. 산수를 잘 못하면 새벽에 깨워 구구단을 외우라고 다그치고, 아이가 100점을 받아오면 “꼴통학교라서 성적이 좋은 거지”라고 칭찬에 인색했던 사람.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아버지에 대한 얘기다.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힐러리 전 장관도 ‘말하길 꺼리는’ 그녀의 아버지에 대해 얘기를 전하면서 “힐러리의 전투적이고, 공격적인 스타일은 아버지한테 물려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힐러리 전 장관의 아버지 휴 로댐은 영국 이민자와 탄광 광부의 딸 사이에 태어났다. 소매상인이던 그는 흑인과 가톨릭 신자에 대한 편견이 심했고, 골수 보수주의자였다. 대학 문턱에도 못 간 부인을 자주 무시하거나 나무랐다. 하지만 로댐은 가족들에게만 강한 남자였을 뿐 무례한 태도와 대인기피증 때문에 이웃과는 거의 교류 없이 지내야 했다.

그가 어떤 남자인지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1993년 82세의 나이로 장인이 사망했을 때 밝힌 추모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당시 “장인은 거칠고 걸걸한 사람이었다. 게다가 민주당 사람들을 공산주의자와 거의 동급으로 바라봤다”고 회고했다. 실제 로댐은 공화당 지지자였다. 그는 1975년 하나뿐인 딸이 무일푼의 민주당 청년당원인 클린턴 전 대통령과 결혼하려 하자 많이 주저했다고 한다.

로댐은 그래도 힐러리 전 장관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점도 물려줬다고 한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미식축구 선수로 활동했던 그는 딸에게 스포츠 경기를 비롯해 남자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여자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또 ‘무임승차’는 안 된다며 열심히 일하라고 다그쳤고, 항상 할 수 있는 것보다 ‘조금 더, 조금 더’를 주문했다.

전 백악관 언론담당 보좌관 출신인 리사 카푸토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힐러리는 아버지한테 규율과 끈기, 근면성을 물려받았고 그런 점이 대선에서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손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