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갈현동에 어르신들을 섬기는 특별한 교회가 있다. 매주 금요일 오후 어르신 300여명과 함께 실버예배를 드리며 사랑을 실천하는 광명교회(이동원 목사)다. 아파트 상가 2층에 자리 잡은 광명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 인천중앙노회 소속이다.
지난 5월 1일 설립된 광명교회는 이날부터 세계로나눔선교센터 대표 이정석(74) 목사의 인도 하에 실버예배를 드리고 있다. 어르신들을 섬기는 예배이다 보니 설교는 주로 쉽고 재미있는 예화를 곁들이고 어르신들에게 소망을 불어넣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예배에 참석하는 어르신들에게는 쌀 1㎏이나 라면 3∼5개, 치약 등 생활필수품을 선물한다. 간식으로 건빵이나 냉커피도 제공한다. 이들의 건강과 사후 장례 문제도 챙긴다.
이 목사는 “첫 예배 때 21명이 참석했는데 계속 참석인원이 늘더니 지난 17일 예배에는 300여명이 오셔서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면서 “믿지 않는 어르신들은 이제 막차를 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르신들에게 생활필수품을 전달하는 것이 다가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게 하는 것이 진짜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늦게 신학을 공부해 40대에 목사 안수를 받았다. 인천에서 20년간 목회를 하고 필리핀에서 2년간 빈민구제사역을 하다 귀국한 그는 지난해 5월 경기도 의정부에 세계로복된교회를 개척하고 세계로나눔선교센터를 설립해 실버목회에 뛰어들었다. 지난 5월에는 서울로 사역지를 확대하기 위해 광명교회를 개척했다. 광명교회에선 젊은 목사를 초빙해 담임과 주일예배를 맡기고 이 목사는 금요일 실버예배만 담당한다. 월세 30만원짜리 셋방에 살고 있는 이 목사는 전 재산을 어르신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사역에 투자하고 있다. 교회 두 곳의 월세와 선물비용만 월 1000만원 정도다.
“어릴 때 부모님께 많은 불효를 했어요. 가난했던 가정환경 탓도 있지만 그래도 부모님이 돌아가시니 잘해 드리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많이 남습니다. 서울에 올라와 구두닦이, 신문팔이 등으로 갖은 고생을 해 적지 않은 돈을 모았지요. 예수를 영접하고 주의 종이 됐으니 모든 재산을 하나님 사역에 쓰려고 합니다.”
실버목회는 쉽지 않았다. 예배시간에 “지겨우니 빨리 끝내라” “설교가 너무 길다”는 불평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술을 먹고 주정을 하거나 말다툼을 하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제법 질서가 잡혔다. 예배시간에 떠드는 이들보다 “아멘, 할렐루야”로 화답하는 이들이 훨씬 많다.
이 목사의 소망은 어르신들에게 정성스런 식사와 쉴 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지교회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이 목사는 “얼마 남지 않은 생을 살고 있는 어르신들을 천국으로 인도하는 다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교회가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전도지 내용이 특이하다. “쌀과 라면을 드립니다. 저희 세계로나눔선교센터에서는 매주 금요일 오후 3시 이 증정권을 소지하고 오시면 모든 분들께 쌀과 라면을 드립니다. 부담 없이 오셔서 생애에 가장 축복된 시간을 누리시길 바랍니다(02-387-4441).”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74세 牧者의 아름다운 도전 ‘실버목회’… 어르신들에게 쌀·라면·생활필수품에 복음까지
입력 2015-07-21 0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