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티시오픈이 열리는 스코틀랜드의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코스는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는’ 곳이기도 하다. 골프 전설들이 골프 인생의 작별을 고하는 마지막 장소다. 아놀드 파머는 1995년, 잭 니클라우스는 2005년에 18번 홀에서 티샷을 마치고 역사적인 스윌컨 다리 위에서 기념촬영을 했었다. 18번 그린을 둘러싼 갤러리와 동료 선수들에게 모자를 벗어 작별을 고하는 것은 프로골퍼 최고의 영광으로 여겨진다.
올해도 대회 2라운드가 열린 18일(한국시간) 저녁 40여 년간 브리티시오픈과 역사를 함께했던 톰 왓슨(66·미국)이 작별을 고했다. 1975년부터 1983년 사이 5차례나 우승컵인 클라레 저그를 품은 왓슨은 올해 대회가 40번째 출전이었다. 이날 많은 비가 내려 경기가 3시간가량 중단됐다.
왓슨과 같은 조인 어니 엘스(남아공), 브렌트 스네데커(미국)는 17번홀에서 경기 중단 소식을 들었다. 엘스는 주최 측에 “이 조에는 ‘전설’이 있다”며 “남은 2개 홀을 마저 끝내는 것이 챔피언을 배웅하는 일”이라고 요청했다. 경기는 계속됐고, 왓슨은 18번홀에서 티샷을 한 뒤 비 내리는 스윌컨 다리에 올라 엘스와 스네데커, 그리고 캐디인 아들 마이클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닉 팔도(58·잉글랜드)도 이별을 고했다. 이 대회에서만 3승을 거둔 팔도는 검정과 회색 다이아몬드가 배열된 노란색의 캐시미어 스웨터를 입고 2라운드에 나섰다. 1987년 그가 처음으로 이 대회 정상에 올랐을 때 입었던 옷이다.
브리티시오픈에는 새로운 스타의 탄생도 있다. 아마추어 폴 던(아일랜드)은 대회 3라운드에서 버디만 6개 잡는 맹타를 휘두르며 중간합계 12언더파 204타를 기록, 2010년 이 대회 우승자인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 세계랭킹 9위 제이슨 데이(호주)와 함께 공동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했다. 던이 우승하면 1930년 보비 존스(미국) 이후 85년 만에 이 대회 아마추어 우승자가 될 수 있다.
아마추어가 메이저 대회에서 선두에 오른 것도 1971년 US오픈 4라운드를 2타 차 선두로 시작한 짐 시몬스(미국) 이후 44년 만이다.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아마추어는 1933년 US오픈 정상에 오른 조니 굿먼(미국) 이후로 없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골프 전설은 떠나고 샛별이 탄생하는 브리티시오픈… 톰 왓슨, 40번째 출전서 고별 인사
입력 2015-07-21 0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