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또 거짓말을 했다. 군 검찰은 지난 10일 국군기무사령부 소속 해군 소령을 군사비밀 유출 혐의로 기소 직후 언론 브리핑을 하면서 이 장교가 상대방으로부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자료를 요청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0일이 지난 뒤 기무사 소령이 작년 12월 중국 기관 요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으로부터 사드 관련 자료를 요청받았고, 이 사실이 사건 공소장에 포함돼 있음이 밝혀졌다. 금방 드러날 사실에 대해 거짓말을 한 것이다.
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는 동북아 안보는 물론 한·미·중 관계까지 영향을 주는 민감한 현안이다. 군은 조금이라도 민감성을 줄이기 위해 있는 사실을 없었다고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그랬다면 정말 저급한 수준의 대응이다.
군의 거짓말은 한두 번이 아니다. 2012년 10월 동부전선에서 발생한 이른바 북한군의 ‘노크 귀순’ 때에는 경계 실패를 감추기 위해 초급장교부터 합참의장, 국방장관까지 국민과 국회 앞에서 거짓말을 했다. 결국 당시 김관진 국방장관은 ‘경계작전 실패와 상황보고 체계상 부실이 있었다’고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북한 무인기 침투와 관련해 북한제라는 사실을 처음에는 쉬쉬했다. 천안함 폭침 당시 군은 늑장보고에 대한 질책이 있자 소집하지도 않았던 위기상황조치반을 ‘이미 가동했다’고 둘러댔고, 상황이 기록된 열영상관측장비(TOD) 동영상도 ‘없다’고 우기다 언론에 일부 공개되자 그제야 ‘있다’고 말을 바꿨었다.
군의 거짓말은 이제 체질화된 것 같다. 거짓 브리핑은 국민을 기만한 것이며 신뢰를 훼손시킨다. 군과 국민 모두가 엄청난 피해를 받게 된다. 군이 신뢰를 잃으면 전쟁에서 어떻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나.
어느 조직이나 실수를 할 수 있고 치부도 있기 마련이다. 이를 드러내고 개선하는 노력이 있어야만 제대로 된 조직이다. 지금 우리 군 지휘부는 조직에 대한 자신감이나 자긍심이 없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사건만 나면 우선 감추는 게 일반화됐겠는가. 대개 거짓말 뒤에는 위에서부터 책임 회피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면 조직 내 기강과 신뢰는 또 한번 와해된다. 군 지휘부는 군의 명예와 국민의 신뢰를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사설] 또 거짓말한 軍, 신뢰만 떨어뜨렸다
입력 2015-07-21 0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