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그대’의 김수현씨, ‘암살’의 하정우씨랑 키스신 한 것 비교하라고요? 에이∼ 격렬하게 한 것도 아닌데 무슨 비교할 게 있겠어요. 하정우씨는 ‘베를린’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을 맞췄는데 너무 편하고 재미있었어요. 사람을 항상 즐겁게 해주거든요. 둘의 관계가 묘한 감정의 러브라인을 형성한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더욱 애틋하고 찌릿한 거죠.”
22일 개봉되는 영화 ‘암살’에서 1930년대 독립군의 여성 저격수 안옥윤 역을 맡은 전지현(34)을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1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 내내 유쾌한 표정으로 밝게 웃으며 솔직담백하게 말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애드리브로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영화가 잘 나와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시사회 반응이 좋고 여러 리뷰 기사를 봤는데 눈물이 날 정도였어요. 잘 봐줘서 고맙습니다. 영국제 장총의 길이가 127㎝, 무게가 5㎏이어서 들고 다니기가 장난 아니었죠. 아마추어처럼 해서는 안 되니까 훈련도 많이 받았는데 액션이 그럴듯하지 않았어요?”
-‘도둑들’에 이어 다시 최동훈 감독 작품에 출연한 이유는?
“‘도둑들’ 촬영 때 정말 너무 좋았어요. 캐릭터가 강하고 색깔이 있었죠. 소소한 감정까지 캐치하는 감독에게서 희열을 느꼈어요. ‘암살’은 시나리오를 보기도 전에 출연을 결심했지요. 다음에도 기회가 있으면 최 감독 작품에 계속 나오고 싶어요.”
-촬영 때 화장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에도 ‘생얼’이었나?
“거의 안했어요. 사실 촬영장에서 조명이 강해 잘못하면 얼굴이 말도 아니게 나와요. 하지만 얼굴의 광(光)만 죽이는 정도로 옅은 화장을 했어요.”(그의 남편은 최근 한 방송에서 “이제 나이도 먹어가니 화장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극을 이끌어가야 하는 부담은 없었나?
“성공한 영화는 대부분 남자배우들이 주인공인거 같아요. 여성 캐릭터를 앞세워 카드를 던지는 건 용기가 필요해요. 당연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좀더 어렸을 때 했다면 제대로 할 수 있었을까? 제 나이에 맞는 배역이어서 자연스럽게 했어요.”
-극중 웨딩드레스가 멋있더라.
“무척 설렌 장면이에요. 드레스를 입고 피가 낭자한 가운데 활극을 펼치는 건 홍콩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저에겐 로망이었으니 잘 할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별 그대’의 천송이처럼 코믹연기는 전혀 없는데.
“코믹연기는 천송이로 실컷 했으니 미련이 없어요. 제 성격은 ‘엽기적인 그녀’의 그녀나 천송이에 가까워요. ‘암살’의 안옥윤은 강인하면서도 뭔가 슬픔이 배어있어 연민이 느껴지는 인물이에요. 전혀 성격이 다른 캐릭터여서 오히려 연기하기가 편안했어요.”
-작품마다 히트를 쳤는데 흥행부담은 없나?
“부담 같은 건 없어요. 계속 잘 되면 좋겠죠. 독립군이 태극기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대한민국 만세’를 부르는 대목에서 뭉클함을 느꼈어요. 관객들이 이런 감정에 공감하고 재미를 갖는다면 천만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결혼 이후 변화는?
“똑 같아요. 주변의 시선이 부드러워진 점은 있는 것 같고요. 결혼 전에는 주의해야 할 것도 많았는데 제약이 사라지면서 여러 가지 편안해진 건 사실입니다. 머리도 영화 촬영 때문에 잘랐지만 결혼도 했으니 이 모습도 괜찮은 거 같아요.”
-‘별 그대’의 중국 반응이 뜨거웠는데.
“‘엽기’도 중국에서 잘 돼 한류의 시작이었죠. 세월이 흐르고 나니 한류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다가 다시 관심을 가져 주니 고마울 따름이죠. 이를 잘 살려야 하겠죠.”
-승부사 기질이 다분한 것 같다.
“잘할 수 있는 건 잘하고 싶고, 못하는 건 쳐다보지도 않는 성격이에요. ‘엽기’ 이후 ‘도둑들’까지 공백기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렇지 않아요. 20대 중반 인생의 초기에 불과한 시점이어서 조급해하지 않았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암살’은 여름 극장가 또 하나의 기대작 ‘베테랑’(8월 5일 개봉)과 흥행싸움을 벌인다. ‘베를린’의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전지현은 “그때는 동지였고 지금은 적이니깐 한판 붙어봐야죠. 같이 할 때만 같은 팀이지 뭐, 안 그래요?”라며 웃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인터뷰] ‘암살’에서 독립군 저격수 역 선보이는 전지현 “액션 그럴듯하지 않았어요?”
입력 2015-07-22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