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현병철 위원장이 다음달 12일 임기 만료로 물러난다. 박근혜 대통령은 20일 후임에 이성호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내정했다. 그를 임명하려면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이번 위원장 교체를 계기로 인권위의 추락한 위상을 획기적으로 제고해야겠다.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인권위는 대통령이 위원장을 임명하지만 성격상 행정·입법·사법부로부터 독립된 국가기관이다. 따라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조에 규정된 것처럼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에 이바지한다’는 설립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1년 출범 이후 끊임없이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는 바람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노무현정부 때는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 등을 정부에 권고해 좌편향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반대로 이명박정부 초기인 2009년 현 위원장이 임명된 이후에는 용산 참사, 민간인 불법사찰, 미네르바 사건 등 주요 인권 사안에 침묵하거나 보수 편향적 시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의 부적절하고 독단적인 조직 운영에 항의하며 인권위원과 인권자문위원 등이 집단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럼에도 현 위원장은 2012년 재임명됐으며, 이후 인권위는 무위에 빠졌다. 결국 국가인권기구국제조정위원회(ICC)로부터 3회 연속으로 ‘등급 보류’ 판정을 받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런 인권위원회라면 존재 이유가 없다. 인권위의 시급한 과제는 독립성 확보다. 여야 정치권과 보수·진보 시민단체 모두에 대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위원장과 위원들에게는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자세로 직을 걸고 일할 책무가 있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사망 사건 때 일찌감치 진정을 접수하고도 미온적으로 대처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청와대 눈치를 본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인권위는 동시에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정부 기본 정책과 국민 대다수 여론에 반하는 결정을 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인류 보편적 인권을 우선시하되 국가·사회적으로 소모적 논란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유의해야겠다. 예컨대 노무현정부 때 대통령이 미국의 대이라크전 지지 입장을 표명하고 파병을 결정한 상태에서 인권위가 반전(反戰) 성명을 채택한 것은 잘못이다.
국가인권위원회를 이끌고 가는데 위원장의 사고체계와 판단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내정자는 약 30년간 비교적 올곧게 판사 생활을 해온 것으로 평가되지만 이 부분에 대해 꼼꼼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다. 도덕성 검증은 기본이다.
[사설] 위원장 교체 계기로 인권위 명예회복에 힘쓰길
입력 2015-07-21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