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글로브 극장 ‘햄릿’, 대학로에 뜬다

입력 2015-07-21 02:50
영국 런던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이 제작한 ‘햄릿’의 한 장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전 세계 연극팬에게 성지와도 같은 글로브 극장.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 셰익스피어의 상징인 글로브 극장이 문을 연다? 8월 15∼16일 오후 7시30분 마로니에공원에서 영국 글로브 극장의 ‘햄릿’이 공연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센터(이하 센터)가 최근 침체된 대학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마련한 ‘2015 대학로 붐업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런던 템즈강변에 자리 잡은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은 전 세계 연극인이나 연극팬에겐 성지와 같은 곳으로 흔히 글로브 극장으로 불린다. 서양 연극사 최고의 거장으로 꼽히는 셰익스피어(1564∼1616)가 생전에 활동하던 글로브 극장을 복원한 곳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배우 겸 연출가였던 샘 워너메이커가 셰익스피어 극장 설립 운동을 펼친 끝에 1997년 원래 자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당시 건축기술을 활용해 세워졌다. 지붕이 뚫린 원형의 야외극장인 이곳에선 남자배우들이 여자 역까지 하는 옛날 스타일부터 21세기 실험적인 스타일까지 다양한 버전의 셰익스피어 작품을 공연해 관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글로브 극장은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이었던 지난해 전례 없는 연극적 모험을 시작했다. 바로 2년간 세계를 돌며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보여주겠다는 ‘글로브 투 글로브 햄릿(Globe to Globe Hamlet)’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에서 선보이는 ‘햄릿’은 12명의 배우들이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야외 음악극으로 만들어졌다. 지난해 4월 23일에 시작돼 현재까지 105개국, 176회 공연, 8만3000여명에게 선보였다.

센터는 글로브 극장의 ‘햄릿’을 포함해 올 여름 마로니에공원에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도록 ‘공원은 공연 중’이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싱가포르 현대무용단(T.H.E)이 지명한 첫 레지던스 안무가이자 앙상블 컴퍼니 모던 테이블의 예술감독인 김재덕은 대표작 ‘다크니스 품바’를 8월 13일 선보인다. 전통적 품바의 선율을 신명나는 한바탕 놀음으로 풀어 재해석한 작품으로 세련되며 파워풀한 무대가 매력적이다. 또 8월 14일에는 아름다운 영화음악이 공원을 가득 채우는 ‘오케스트라, 영화를 노래하다’가 준비돼 있다. 파밀리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타이타닉’ ‘슈퍼맨’ ‘레미제라블’ 등에 나온 명곡을 해설과 함께 선보인다.

이외에도 센터는 여름방학을 맞은 청소년들을 위한 ‘극장은 내 친구’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아티스트와 청소년 및 그 가족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춤을 추는 ‘Young 바비레따’가 8월 3일부터 9월 21일까지 매주 월요일 저녁마다 아르코예술극장 스튜디오 다락에서 열린다. 또 청소년들이 롤 플레잉 게임을 하는 것처럼 공연에 직접 참여하는 ‘내일 공연인데 어떡하지’가 8월 11∼15일 아르코예술극장 로비, 무대, 객석 등을 오가며 열린다.

‘Young 바비레따’는 일반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커뮤니티 댄스의 대표작인 ‘당신은 지금 바비레따에 살고 있군요’를 청소년 버전으로 옮긴 것이다. 소통을 통해 청소년과 부모의 화해에 초점을 맞췄다. 청소년과 부모가 동반 참여하는 사전 워크숍도 준비돼 있다. ‘내일 공연인데 어떡하지’ 역시 2013∼2014년 전석 매진을 기록했던 시어터 RPG의 동명 작품을 어른은 참가할 수 없는 청소년용으로 바꿨다. 청소년들을 위한 연기 워크숍도 마련되어 있다.

센터는 또 연극 비수기인 8월 대학로에 관객을 불러 모으기 위해 히트 레퍼토리 3편을 준비했다. 극단 죽도록 달린다의 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8월 7∼16일),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마임 ‘휴먼 코메디’(8월 17∼30일·이상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극단 차이무의 연극 ‘거기’(8월 16∼30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등 10년 이상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들이다.

극작가 한아름-연출가 서재형 콤비의 대표작 ‘왕세자 실종사건’은 연극으로 처음 선보였다가 인기를 얻으면서 뮤지컬로 다시 만들어졌다. 나인이 되어 궁에 입궁한 소녀 자숙이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거세하고 내시가 된 소년 구동이의 가슴 아픈 사랑을 그렸다. 한국 마임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인 ‘휴먼 코메디’는 3가지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진행된다. 6명의 배우가 눈 깜짝할 사이에 변신하며 14역을 연기하는 게 포인트다. ‘거기’는 영국 웨스트엔드 올리비에상 희곡상에 빛나는 코너 맥퍼슨의 동명 원작을 강원도 시골 마을의 카페를 배경으로 각색했다. 개성 있는 캐릭터들의 잔잔하지만 깊이 있는 대화가 관객들에게 아픔과 치유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