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준동] ‘제주 이민’

입력 2015-07-21 00:10

6년 전까지만 해도 제주는 섬으로 들어오는 사람보다 뭍으로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대학 진학이나 일자리 문제 때문에 주로 젊은이들이 대거 제주를 등졌다. 하지만 2010년부터 달라졌다. 2009년 전출(1015명)이 더 많았던 제주 인구는 이듬해 순유입(437명)으로 전환됐다. 2010년 도입된 부동산투자 이민제도에 따른 효과였다. 중국인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덩달아 지역 경제도 호황을 누리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영어교육도시, 혁신도시, 강정택지지구 등 대규모 개발사업까지 잇따라 나오면서 제주행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순유입이 사상 최대치인 1만1112명에 달한 지난해 제주 인구는 사상 처음으로 60만명을 돌파하기에 이른다. 올해는 증가세가 더 가파르다. 20일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순유입이 6549명을 기록하면서 전체 인구도 63만832명으로 증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순유입은 1만3000여명으로 지난해 기록을 다시 경신하게 된다. 전체 인구도 64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속도라면 4∼5년 후면 70만명 고지에 오를 전망이다.

전원생활을 위해 제주로 귀촌하는 가구도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 제주도 귀촌 가구는 3569가구로 경기(1만149) 충북(4238)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60%가 30, 40대였다. 다양한 경제적 기회, 뛰어난 교육 여건 등이 맞아떨어지면서 젊은이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제주 이민’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다.

바람, 돌, 여자가 많다고 해서 삼다도(三多島)로 불렸던 제주가 이제는 돈, 자동차, 중국인(인구)이 많다는 ‘신 삼다도’로 탈바꿈하고 있다. 난개발과 환경파괴, 부동산 투기 등 부작용도 적지 않지만 제주도가 새로운 도약의 시대를 맞고 있음은 분명한 것 같다.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옛말이 있다. 이제는 이 말을 바꾸어야 할 것 같다. ‘말도 사람도 제주로 보내라’라고.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