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동필] 공영홈쇼핑 성공을 위하여

입력 2015-07-21 00:20

애플망고, 스마트폰 및 치맥의 공통점이 있다면 서로 다른 제품의 장점을 융복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 창의적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융복합이라는 단어는 이제 그다지 새롭지 않다. 그러나 오랜 관행에 크게 의존하는 농산물 유통은 아직도 정보통신기술(ICT) 및 방송 등과의 융복합 기회가 많은 분야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농산물 유통비용과 가격 급등락 문제 등을 완화하기 위해 농산물 유통구조개선 대책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로컬푸드 직매장, 직거래장터, 사이버거래 및 농협 계통출하 등의 새로운 유통경로가 기존 경로와 경쟁토록 하면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절감된 유통비용은 6241억원에 이르고, 2012년 14%에 이르던 가격변동률도 지난해 9.8%까지 떨어졌다. 가뭄 등으로 농산물 물가가 높다고 보도되고 있으나 대파·양파 등을 제외한 대부분 농산물의 소비자가격 등락률은 지난 15일 현재 평년 가격의 20% 범위 내에 있다. 물가상승의 주범으로 지적되던 배추의 도매가격은 평년 수준으로 안정화됐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유통구조개선 대책의 성과가 체감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한다. 수긍되는 측면이 있다. 농산물이 여러 단계에 거쳐 유통되는 기존 경로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성과를 체감하기 어렵다. 하지만 농산물 소비처를 직거래 중심으로 바꾼 발 빠른 소비자는 높은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로컬푸드 직매장의 농산물은 시중가 대비 약 17% 싸고, 신선하기까지 해 고객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다만 로컬푸드 직매장 등 오프라인 직거래는 많은 소비자들이 이용하기 어렵다. 정부는 이런 불편을 덜기 위해 새로운 직거래 경로로 농축수산물·중기 전용 공영 홈쇼핑을 지난 14일 개국했다. 기존의 TV홈쇼핑은 농식품 편성 비중이 7% 수준에 불과하고, 수수료도 높아 접근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그러나 공영 홈쇼핑은 기존 홈쇼핑 대비 10% 포인트 이상 낮은 23%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으며, 농축수산물 판매에 전체 방송 시간의 50%를 편성토록 했다.

이제 막 출범한 공영 홈쇼핑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농업인은 지역 및 주산지를 중심으로 조직화·규모화해 소비자 요구에 맞는 안정적 생산체계를 갖추고 균일한 품질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농협 등 산지유통 주체는 APC(농산물산지유통센터)나 도매물류센터를 활성화해 농산물의 수집 및 상품화, 분산 기능을 강화하고 직배송 체계도 보완해야 한다. 홈쇼핑 판매 농산물을 평가하고, 다양한 의견을 피드백하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다.

공영 홈쇼핑이 제대로 정착되면 농촌 경제에도 긍정적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유통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생산자는 제값 받고 소비자는 더 싸게 사는 유통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경기부진 등 일시적 수요 충격으로 소비가 부진한 품목은 공영 홈쇼핑을 통해 할인 판매함으로써 수급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공영 홈쇼핑은 1차 농산물뿐 아니라 6차 산업화 및 ICT 융복합 제품 등 기존 유통채널로 판매가 어려운 제품의 유통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고, 농촌관광·민박·체험·팜파티 등 농촌의 가치를 함께 판매함으로써 농촌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도 있다.

바야흐로 융복합 전성시대다. 스마트폰이나 방송을 시청하면서 시중에서 지역특산 농식품을 구입해 보자. 장바구니도 가볍게 하고 농산물 유통구조개선 대책의 성과도 체감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기다리고 있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