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29) 악역전문배우의 중요성

입력 2015-07-21 00:20
리 마빈과 잭 팰런스의 ‘몬테 월쉬’

박성웅 김성균 등 몇몇 배우가 악역을 멋지게 소화해내면서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우리나라 배우 중 악역 전문이라면 단연 고 이예춘, 허장강 선생이다. 워낙 실감나는 악당 연기로 욕도 많이 얻어먹었던 두 사람처럼 국내외적으로 악역 전문 배우들이 존재한다. 프로태고니스트가 있으면 안태고니스트가 없을 수 없고, 외모나 풍기는 분위기, 캐릭터 등에서 이 분야에 특화된 배우들이 있기 때문이다.

악역 전문배우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잭 팰런스다. 서부영화의 걸작 ‘셰인’에서 검은색 일색의 복장을 한 총잡이로 나와 셰인과 대결을 펼친 팰런스는 이 역할로 ‘악역의 이정표’를 세웠다. 그런 팰런스 못지않은 악역의 대가가 리처드 위드마크였다. 다만 그는 당초 악역 전문 딱지가 붙여졌다가 인기를 얻으면서 착한 주인공으로 변신했다. 데뷔작인 1947년작 ‘죽음의 키스’에서 소름 끼치는 웃음과 함께 보여준 냉혹한 살인자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그는 점점 선한 역으로 갈아타기 시작해 결국 영웅적인 주인공으로 ‘신분 상승’을 이뤘다. 리 마빈과 어네스트 보그나인, 찰스 브론슨도 위드마크와 같은 경우.

배우라면 누구나 영웅적인 착한 주인공을 꿈꾸게 마련이다. 그러나 ‘훌륭한 악당’이 뒷받침해주지 않는 영웅 주인공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악역은 주인공보다 중요할 수 있다. 악역 전문배우 만세다.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