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사태와 미국 금리인상 움직임으로 신흥국의 경제불안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아프리카의 대표 경제 강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주요 취약국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일 국제금융센터와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남아공은 외국인 자본 유입 규모가 역내 최대이고 아프리카 유일의 주요 20개국(G20) 일원으로 경제 잠재력이 높지만 최근 만성적 경상수지 적자와 정부채무 증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아공은 풍부한 부존자원과 성장 잠재력 등으로 외국인 투자 유입이 활발해지면서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모가 2004년 7억 달러에서 2008년 99억 달러로 급증했다. 금융위기 이후 다소 수그러들긴 했지만 지난해 기준 FDI도 57억 달러로 아프리카 역내 국가 중 최대 수준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채무위기 여파로 2010년 이후 남아공 경제의 취약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우선 주력 산업인 광산업의 생산 차질과 주요 수출 대상국의 경기둔화 등 국내외 여건 악화에 타격을 입었다. 국내총생산(GDP)의 9%를 차지하는 광산업이 인프라 낙후, 국영 전력기업의 재정난에다 원자재 수출가격 하락 등으로 생산성 저하를 가져오면서 경제성장률이 2010년 3.0%에서 지난해 1.5%로 반토막났다.
재정 및 대외수지 악화도 남아공의 아킬레스건이다. 재정수지는 기업실적 부진에 따른 세수 부족과 인프라 확충, 사회보장 지출 확대 등으로 2008년 이후 적자 상태를 보이면서 GDP 대비 재정수지 비중은 2013년 -3.8%, 2014년 -3.7%를 나타냈다. 정부가 적자 보전에 나서면서 정부 채무도 급증, GDP 대비 정부 채무는 2004∼2008년 29.8%에서 지난해에는 45.9%로 수직 상승했다.
수출가격 하락, 대외 수요 감소로 인해 경상수지 적자는 악화일로를 걸었고 지난해 GDP 대비 총외채 잔액과 단기외채 비중은 각각 39.8%, 61.1%나 되면서 대외 경제에 대한 취약성을 보여줬다.
가뜩이나 대외 자본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대외 경제지표 악화 및 부채 증가 추세는 자본 이탈의 필요·충분조건으로 자리 잡을 수밖에 없다. 남아공은 올해 그리스 불안과 하반기 미국 금리인상 가시화로 인해 국제 자본이 빠져나가면서 남아공 랜드화 가치가 지난달 사상 최저치로 하락하는 등 올 들어 통화가치가 7% 이상 떨어졌다. 국채 금리도 연초 7.96%에서 지난 10일 현재 8.23%로 뛰었다.
국제통화기금과 신용평가 기관 무디스 등은 “남아공 경제 취약 요인이 단기 내 해소가 어려워 불안 여지가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남아공 경제성장률은 2% 정도로 예상되지만 이는 신흥국 평균(4.2%)과 사하라 이남 역내 성장률(4.4%)에 크게 못 미칠 전망이다. 신용평가 기관 피치는 “외환보유액 감소와 만성적 경상적자 등에 따른 급격한 자금 이탈은 미국 통화 정상화 과정에서 더욱 불안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남아공은 한국과의 교역이 지난해 31억 달러에 그치는 등 위기발생 시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다른 취약 신흥국들의 동시다발적 불안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국제금융센터는 지적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월드 이슈] 阿 강국 남아공도 불안하다
입력 2015-07-21 0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