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19일 해킹 프로그램 의혹과 관련해 유서를 남기고 숨진 임모(45)과장과 관련, ‘직원 일동’ 명의로 보도자료를 냈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 대변인이나 관련 부서가 아니라 전(全) 직원을 동원해 입장을 표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야당의 공세를 반박하며 정보기관 본연의 업무를 강조하는 내용이지만 되레 정치에 개입하려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정원은 ‘동료 직원을 보내며’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임 과장) 죽음조차 정치적 공세 소재로 삼는 개탄스러운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임 과장의 죽음에 대해 “철저하게 진상을 밝히라”고 공격한 새정치민주연합을 겨냥한 것이다. 이어 “북한 위협에 직면해 있는 엄혹한 현실을 도외시하고 외교적 부작용이 발생해도, 국정원이 약화돼도 상관없다는 위험하고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했다.
이탈리아 ‘해킹팀’으로부터 구입한 해킹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같은 프로그램을 35개국 97개 기관이 구입했는데 이들 기관은 모두 ‘노코멘트’ 한 마디로 대응하고, 이런 대응이 아무 논란 없이 받아들여졌다”며 “자국 정보기관을 나쁜 기관으로 매도하기 위해 매일 근거 없는 의혹을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고 했다.
또 “드러난 사실은 댓글 사건이 있었던 해인 2012년 국정원이 이를 구입했다는 사실밖에 없고 나머지는 모두 추측성 의혹뿐”이라며 “그런데도 10일 넘게 백해무익한 논란이 지속되면서 국정원은 정보 역량이 크게 훼손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급기야 젊고 유능하고 책임감 강한 한 사람의 소중한 국정원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했다.
국정원은 잇따른 의혹 제기에 나선 새정치연합을 다시 비판했다. 국정원은 “그(임 과장)가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지키고자 했던 가치, 국가안보의 가치를 더 이상 욕되게 해선 안 될 것이며 결과에 대한 책임 또한 따라야 한다”고 했다.
임 과장에 대해선 “고인은 국정원의 민간사찰을 기정사실화하는 무차별적 매도에 분노하고 있었다. 자기가 잘못해 국정원에 누가 되지 않았나, 노심초사했었다고 주변 동료들은 말한다”고 밝혔다. 자료 삭제와 관련해선 “국정원에 대한 고인의 깊은 애정이 감지된다. 공작내용이 노출될 걸 걱정해 자의대로 삭제하고 그 책임을 안고 가겠다며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죽음조차 정쟁 소재로 이용… 개탄스러워”
입력 2015-07-20 0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