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의 동행-토론회] “국가가 고위험군 대상 저선량 CT검진 나서야”

입력 2015-07-20 02:19
지난 17일 ‘사망률 1위 폐암, 조기진단의 필요성은?’을 주제로 열린 25회 고품격 건강사회만들기 토론회.
국민일보 쿠키뉴스는 '사망률 1위 폐암, 조기진단의 필요성은?'을 주제로 지난 17일 25회 고품격 건강사회만들기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폐암의 국내 현황, 그리고 폐암 예방 및 조기진단을 높이기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정부가 담뱃값 인상으로 인해 늘어난 세수를 흡연의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는 '폐암 진단'에 적극 지원해야 할 필요성을 논의했습니다.

◇일시=2015년 7월 17일 오후 2시

◇참석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 김춘진 의원(새정치민주연합) 대한폐암학회 조문준 이사장(충남대병원),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 공인식 사무관, 인하대병원 폐암센터 류정선 소장

◇진행=원미연 쿠키건강TV 아나운서

◇연출=홍현기 쿠키건강TV PD

◇방송=2015년 7월 22일 오후 6시20분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로 알려진 폐암의 주요한 원인과 예방법은?

◇류정선=흡연이 폐암의 원인 중 70%를 차지하고 있다. ‘얼마나 흡연을 했느냐’에 따라 폐암 발병 위험도가 수십 배까지 증가되기도 한다. 나머지 30%의 폐암은 대기 오염과 같은 환경 문제, 직업적 유해물질 노출, 여성은 원인 불명이 많지만, 가사노동 중 조리 같은 것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폐암은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발병 위험인자를 적극적으로 회피함으로써 예방 가능하다.

◇공인식=폐암은 예방이 최우선인 암이다. 폐암은 한 번 발병하면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비용 효과적 측면에서 봤을 때도, 폐암의 주요한 원인으로 알려진 ‘흡연’을 줄이는 것이 암 예방을 줄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그래서 정부가 담뱃값을 인상하면서 들어온 세금을 흡연자를 줄이기 위한 예방 목적인 부분에 다양하게 쓰고 있다.

-폐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사망률이 높다는 점이다. 어느 정도인가.

◇조문준=국내 폐암은 연간 2만2000여명이 발병하고, 약 1만7000명이 사망하는 우리나라 암 사망 원인 1위의 질환으로, 우리나라 국민의 생명에 가장 위협적인 질환이다.

-정부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목적으로 다양한 암 관련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암 정책 방향의 큰 그림은 무엇인가.

◇공=암에 대한 국가 정책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첫째 암 발생을 줄이기 위한 예방사업, 둘째, 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히 치료하여 완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국가암검진’이 있다. 셋째, 암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해 말기암으로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은 만큼, 그들이 편안한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는 ‘호스피스 정책’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이 세 가지 정책 방향이 균형 있게 실현되도록 정부 정책 방향을 설정해왔다.

- 국가 암 정책들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아쉬운 점은.

◇류=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신의료기술이나 획기적인 신약이 건강보험 급여로 적용되기까지 수년이 걸려, 그 사이 수많은 환자들이 생명을 잃어간다. 일례로 말기 폐암 환자의 경우 평균 생존기간이 12개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신약과 같은 폐암의 치료기술은 갈수록 빠르게 발전, 향상되고 있다. 그럼에도 치료기술의 발전을 환자 치료에 적용함에 있어서 보험급여 허가를 해주지 않거나, 허가해 준다고 해도 허가까지 걸리는 시간이 몇 년 걸리는 경우가 있어 문제다.

-국내 폐암 치료 환경은 어떠한가.

◇류=폐암 치료환경이 좋아졌다는 것은 ‘완치율’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폐암치료 성공률(5년생존율)은 선진국과 비교해 보았을 때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다만 일본의 2003∼2005년에 수집된 5년 생존율이 29.7%인 반면, 우리나라의 5년 생존율이 거의 절반 수준인 16.2%에 지나지 않아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저선량 흉부 CT 등을 이용한 폐암 조기발견 노력, 표적치료제 등 항암제 신약의 허가 및 사용이 신속하고 수월하다는 점에서 우리와 차이점을 보인다.

암 등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이 확대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암환자에게 PET- 검사의 보험급여를 규제한 조치는 이와 같은 보장성 강화라는 기조에서 후퇴하는 것으로, 폐암의 효과적 치료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더불어 국가 5대 암 중 사망률이 높은 폐암은 조기 검진 대상에 빠져 있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김춘진=불과 10∼20여 년 전만 해도 암이 걸리면 집도 팔아야 할 정도로 치료비 부담이 컸다. 지금은 많이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건강보험에서 비보험 영역이 많아 환자 부담이 여전히 높다. 일례로 폐암 치료제 잴코리가 위험분담제 적용 전에 환자가 한달에 드는 약값이 약 1000여만원에 육박했다. 앞으로도 주요 암과 난치성 질환에 대한 보장성이 더욱 확대돼야 할 것이다.

-정부의 금연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 수 있나.

◇류=담배는 폐암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므로,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금연정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금년 초 담뱃값을 인상했지만 인상 액수가 충분치 않아 원래 목표한 흡연율 29%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비가격 금연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도 최근 담뱃갑 경고그림 삽입에 “지나친 혐오감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단서를 붙이는 등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여 오고 있다. 담뱃값에는 건강증진기금이 포함돼 있는데, 기금의 약 5%정도만 금연사업을 위하여 운용돼 왔다. 이것은 정부의 금연의지가 얼마나 약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공=금연정책이 효과적인 것인지 여부를 지금 시점에서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담뱃세 인상으로 인한 흡연율 감소에 대한 효과, 그리고 폐암 발생률 및 사망률 감소를 보기 위해서는 수년을 거쳐 추적조사를 해야 할 것이다. 다만 정부에서 흡연 예방에 적극 노력을 기울이는 만큼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주셨으면 한다. 수년 후 이러한 복지부의 금연정책 노력이 빛을 발할 것이라고 본다.

◇김=현 정부가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담뱃세를 인상했다면 그것은 ‘나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좋은 정책으로 평가 받기 위해서는 담뱃세 인상의 궁극적 목표가 흡연율 감소로 인해 국민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게 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특히 흡연 예방을 위한 홍보에 돈을 쓰는 것도 좋지만, 장기 흡연자들에 대한 혜택도 늘려야 한다. 30년 이상 장기 흡연자들이 폐암 발병 확률이 높은 것이 입증된만큼, 이들을 위해서 폐암 조기 검진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 국가 주요 암 검진 사업에서 폐암은 왜 제외됐나.

◇조=폐암은 국내 사망률 1위인 암이지만 그동안은 마땅한 조기 검진 방법이 없어 국가 암 검진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내에 결핵환자가 많아 결절 등이 암으로 오진될 가능성이 있고 흡연자가 흡연 이력 등을 속일 경우 검사 비용이 급증할 우려가 있어 복지부가 소극적으로 대처해왔다. 위 양성 판정기준을 명확히 하고 한국형 판정기준을 도입해 이를 극복할수 있다.

◇류=과거 폐암 검진의 생존율 연구 결과에 오류가 많다는 논란이 있었으나, NLST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그 논란이 잠잠해졌다. 2011년 미국 국가폐암검진연구(NLST)에서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을 이용한 폐암검진으로 폐암 사망률이 20% 줄었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저선량 CT를 통한 폐암검진은 사망률 감소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국가 암 검진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공=국가 5대암(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이 무료 건강검진 대상이 된 이유는 검진에 대한 비용 대비 효과가 보건학적으로 입증이 된 암이기 때문이다. 현재 폐암은 국가 무료 검진 대상에서는 비용효과성이 입증돼 있지 않고, 표준화 된 검사가 어렵다는 점 등의이유로 제외됐다. 이에 민간 의료기관 차원에서 ‘임상 권고안’을 통해 ‘저선량 CT(Low-dose CT)’, 흉부방사선 촬영과 혈청 종양표지자 검사, 객담 세포진 검사 등의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저선량 CT를 이용한 폐암 검진의 득과 실은?

◇류=폐암은 늦게 발견할수록 치명적이다. 조금만 일찍 발견이 되도 생존율은 급격히 올라간다. 이는 폐암의 조기진단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증거다. 실제 미국에서 시행한 양질의 근거를 가진 대규모 단일 무작위배정 비교임상시험(NLST) 결과, 30갑년 이상 흡연력을 가진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저선량 흉부 CT를 이용한 폐암 검진은 단순 흉부 X선을 이용한 대조군과 비교 시 폐암특이사망률을 약 전체사망률을 약 7% 감소시켰다.

◇조=폐암의 조기 진단은 사망률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 대안이다. 현재 폐암검진권고안 기준에 부합되는 대상자는 약 155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중 저선량 흉부 CT를 이용한 검진에 70%가 참여한다고 가정했을 때 2000억원(비급여 항목)이 소요된다. 금연사업과 연계하여 금연 성공한 경우에 선별적으로 시행하면 충분히 득이 될 수 있다.

◇공인식=실보다 득이 많다는 것은 인정한다. 다만 현재 CT 검사는 고위험군인 검사 대상자를 어떻게 선별하고 표준화 할 수 있을지 여부, 폐암 양성 판독의 어려움, 방사능 노출 위험과 더불어, 비용 대비 효과가 낮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러한 위해 요소에 대해 정부가 적극 검토할 수 있도록 의료계 전문가들의 설득력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

-국가무료암검진에 폐암을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한 입장은?

◇조=폐암 조기 검진은 사망률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다. 저선량 CT를 이용한 조기 검진을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자는 것은 아니다. 폐암 발병위험이 높은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이 있는(금연 후 15년이 경과한 과거 흡연자는 제외) 55∼74세인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저선량 흉부 CT를 이용한 폐암선별검사를 매년 시행해야 한다.

◇김=장기 흡연자들을 위한 저선량 CT검사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실시하고 있는데, 우리는 한발 늦은 편이다.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더불어 폐암과 결핵 결절을 잘 분별할 수 있도록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많이 양성해야 한다. 특히 결핵 결절과 폐암 분별이 어렵다는 우려가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제도가 시행된 이후 국가에서 보유한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된다. 과거 결핵을 앓았던 환자를 구분해 이들에게는 폐암 발생 가능성이 높을 시, 좀 더 세심한 검사를 시행하면 충분히 분별 가능할 것이다.

◇공=국가암검진 개편안은 아직 논의 단계다. 특히 폐암을 국가 암 검진에 포함할지는 확정된 것이 없으며, 비용 효과성 등 다양한 것을 검토해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암검진을 도입할 때 충분한 인프라도 구축돼야 한다. 저선량 CT를 보유한 곳이 국내 상급종합병원 등으로 한정돼 있는 문제도 있다. 환자들의 접근성 확보, 숙달된 영상의학과 전문의 인력 확보, 보유한 저선량 CT 의료기기 물량 등도 검토해서 국가암검진 도입 필요성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요건들이 갖춰질 때 폐암도 무료 검진에 해당할 수 있을지 여부도 가늠할 수 있다. 국민의 요구와 비용효과성 등 다양한 것을 검토해 검진사업이 충분히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시범사업도 적극 검토해 보겠다.

◇류=담뱃세 인상과 더불어 정부가 금연시도자들을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고 했지만 정작 늘어나는 세수를 적정한 곳에 쓰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담뱃값 인상에 따르는 세수가 확충이 된 만큼, 금연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폐암 검진 역시 5대 암 검진 항목에 넣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폐암 발병이 높은 사람들, 금연 시도자,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저선량 CT검진을 실시하는 데 드는 비용은 연간 1000억원에 불과하다. 정부가 5조원의 세수 중 1000억원만이라도 잠정적으로 폐암 발병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 사용해야 한다.

정리=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