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 의문의 죽음] 해킹 프로그램 RCS 도입·운영 실무자

입력 2015-07-20 02:28
국가정보원 ‘해킹 프로그램’ 의혹이 연일 파장을 일으키는 가운데 이 프로그램을 구입·사용해 온 국정원 직원이 18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국정원 안내실에 설치된 국정원 로고. 국민일보DB

18일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국가정보원 임모(45) 과장은 국정원 내 정보 파트가 아닌 지원 파트에서 20년간 일한 사이버 안보 분야 전문가로 알려졌다. 본인이 주도적으로 지원했던 작전 내용이 외부로 유출돼 다른 정보 파트 직원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우려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 출신인 국회 정보위 간사 새누리당 이철우 위원은 1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임 과장은 전북 익산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이 지역 대학 전산과를 나와 사이버 안보 분야에서만 계속 일한 직원”이라고 밝혔다. 그는 “문제가 된 프로그램을 본인이 직접 구입해 사용했다. 직원들 간에 신망이 깊었다”고 덧붙였다.

임 과장은 대북·대테러 업무 등을 담당하는 정보 파트 직원들이 공작 대상을 선정해 통보하면 대상과 기술적으로 접촉하는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이 구입한 ‘리모트컨트롤서비스(RCS)’의 경우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 등으로 대상과 접촉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일종의 바이러스인 ‘스파이웨어’를 심는 일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통해 확보한 정보를 분석해 작업을 의뢰한 요원들에게 전송하는 일도 전담했다.

‘해킹팀’ 내부 자료를 통해 드러난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 등에 대한 국정원의 해킹 시도에도 임 과장이 전반적으로 개입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기술 지원 파트 내에서 RCS팀을 관장하며 관리·감독 업무를 하는 위치였다.

정보위 소속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임 과장은 RCS를 도입할 때부터 그 팀의 실무자로 근무했다. 최근 카카오톡 해킹 시도 등이 정치적 논란이 되자 여러 압박을 느꼈던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도 “임 과장은 (정보 파트에서) 공작 대상을 선정한 뒤 ‘(해킹 프로그램을) 심으라는 사람에겐 심어주고 확보한 자료를 전달하는’ 일을 했다. 국정원 간부들도 이번 사건에 임 과장 책임이 없다고 보고 있지만 논란 끝에 RCS 구입 사실에 대한 감찰까지 들어오자 심리적 압박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 과장은 국회 정보위의 현장방문 등으로 본인이 처리했던 업무가 외부로 드러나 정보 파트 직원들에게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해 왔다고 한다. 자살 전 대북·대테러 공작활동에 대한 업무지원 자료를 삭제한 데는 이런 이유도 작용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지원 파트 직원들은 정보 파트의 요청을 받아 테크니컬한 부분을 담당한다. 정보 파트와 달리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업무를 하다보니 소속감이나 충성심이 높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그의 구체적인 경력과 정확한 직위, 업무 성격에 대해서는 “관련 법에 따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임 과장에게는 사관생도와 고3 등 딸 둘만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국정원 근무를 성실히 했으며, 가족간에도 큰 문제 없이 지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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