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근육강직’ 치료길 열렸다… 다시 주목받는 척수강내 ‘약물펌프’ 시술

입력 2015-07-21 02:33
척수 지주막 아래쪽에 염증 용해 약물을 주입하는 광경. 이와 같이 약물로 척수신경을 직접 자극해 근육강직이나 암성통증과 같은 신경 손상 후유증을 해소하는 신의료기술이 최근 각광받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척수강에 튜브를 연결한 척수강 내 약물펌프 치료 개념도.
척수강내 약물펌프 시술이 중증 근육강직과 암성통증을 완화시키는 해결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장진우(신경외과), 조성래(재활의학과) 교수팀에 이어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이정교 교수팀도 근육강직 환자 4명과 암성 통증 환자 4명에게 척수강내 약물펌프를 시술하는데 성공했다.

이 시술은 2010년 국내에 첫선을 보였다. 경구 및 주사용 마약성 진통제로 조절이 안 되는 암성통증과 뇌성마비, 뇌손상, 뇌졸중, 척수손상, 다발성 경화증에 의한 중증 근육강직으로 굳은 몸을 푸는데 도움이 되는 약물을 요추(허리뼈)부위 척수(요수)를 통해 직접 공급하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근육강직 이완용으로는 바크로펜이란 약물, 통제 불능의 암성 통증 완화에는 모르핀이 사용된다. 치료는 뱃속에 바크로펜이나 모르핀을 담은 작은 펌프를 이식하고 가느다란 튜브로 척수강과 연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암성통증은 대부분 모르핀을 경구(經口) 복용하거나 정맥주사, 척수경막외 주사로 조절된다. 그러나 일부 환자는 고용량 모르핀을 투여하는데도 통증조절에 실패해 참을 수 없는 고통을 호소한다. 심한 변비나 구토와 같은 부작용을 겪는 경우도 있다.

이 뿐이 아니다. 빈번한 정맥주사 및 척수주사도 어렵다. 또 약물백의 체외보관으로 목욕이 쉽지 않다. 이로 인한 감염 등의 부작용도 심각해 환자나 가족은 물론 의료진조차 난감해 하는 경우가 많다.

근육강직이란 교통사고나 질환으로 척수가 손상되거나 다발성 경화증으로 중추신경계에 이상이 생겨 몸이 굳는 것을 말한다. 신경 손상에 따른 후유증으로 팔다리나 몸 전체 근육이 뻣뻣해지게 된다. 근육강직이 오면 정도에 따라 환자 자신의 의지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고, 2차 합병증으로 관절이 굳고 변형된다.

일상 활동에도 많은 제약이 따르기 마련이다. 옷을 갈아입기 불편하고, 심지어 혼자 휠체어 타기도 버거워진다. 이때 바크로펜을 복용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고용량을 먹어야 하는 반면, 약효가 반감되는 것이 문제다.

척수강 내 약물펌프 시술은 근육강직 및 암성통증 환자가 남모르게 겪어야 하는 부작용과 불편을 드라마틱하게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 이정교 교수는 “척수강 속에 가는 튜브를 넣고 뱃속에 설치한 펌프에 바크로펜 또는 모르핀을 투입하면 입으로 복용할 때보다 훨씬 적은 용량으로 100∼300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단 시술 전에 환자 자신에게 알맞은 용량이 얼마인지 정밀하게 점검하는 테스트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물론 수술 후에도 통증관리 전문의, 재활치료 전문가, 신경외과 의사의 협진을 바탕으로 한 세밀한 추적 관리가 필수다.

척수강내 약물펌프 시술은 지난해 7월부터 국민건강보험 선별급여 대상으로 전환됐다. 도입 초기만 해도 수천만원대에 달했던 본인부담액이 800만원대로 대폭 낮아졌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