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소증 장애인인 40대 가장이 가족들이 고향을 방문하고 없는 사이 세탁기에 빠져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세탁물을 꺼내려다 실족해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17일 오전 10시쯤 부산 사하구의 한 아파트 발코니에서 이모(42)씨가 세탁기 안에서 숨진 채 지인(51)에게 발견됐다.
지인은 경찰에서 “연락이 되지 않아 집에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이씨가 세탁기 안에 몸이 거꾸로 박힌 채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세탁기 옆에는 높이 42㎝의 나무의자가 놓여 있었다. 세탁기는 깊이가 64㎝, 직경은 36㎝였다.
경찰은 어릴 적 왜소증을 앓아 키가 125㎝밖에 되지 않는 이씨가 나무의자를 밟은 채로 세탁물을 꺼내려다가 실족해 세탁기 안에 거꾸로 박혔고 몸이 꽉 끼이면서 빠져나오지 못해 질식사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다.
이씨는 지체장애 2급으로 몸이 불편하지만 성실하게 생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0여년 전 개인택시를 구입해 운전하면서 중국인 동포를 아내로 맞아 결혼했고 딸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이씨의 아내는 몸이 불편한 친정어머니를 병문안하기 위해 지난 8일 딸과 함께 출국해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씨 혼자 집을 지키다 변을 당한 것이다.
사고 현장을 조사한 부산 사하경찰서 권상국 경위는 “어릴 때부터 팔과 다리가 유달리 짧은 왜소증으로 고생한 이씨가 가족들이 없는 상태에서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사고를 당해 더욱 안타깝다”고 말했다. 왜소증은 의학적인 이유로 성장이 멈춰 연령에 어울리지 않게 키가 매우 작은 장애를 말한다.부산=윤봉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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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왜소증 가장의 슬픈 죽음… 가족이 고향 간 사이 세탁기에 빠져 숨져
입력 2015-07-20 0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