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지난 16일 중의원(하원)에서 집단자위권 법안을 강행 처리한 뒤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아베 총리 지지율은 역대 최저인 30%대로 급락했다.
교도통신이 연립여당(자민·공명)이 집단자위권 행사를 담은 안보 법안을 중의원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한 이튿날인 17∼18일 전국 전화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아베 내각 지지율은 37.7%로 지난달 조사 결과(47.4%)에서 10% 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1.6%로 과반을 기록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0%를 넘은 것은 2012년 12월 제2차 아베 정권 출범 이후 처음이다.
같은 기간 마이니치신문의 전화 여론조사에서도 아베 내각 지지율은 35%로 정권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신문이 앞서 지난 4∼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집단자위권 법안의 위헌 논란으로 인해 아베 정권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지지하지 않는다’(43%)는 응답이 ‘지지한다’(42%)를 앞질렀다.
아베 내각을 규탄하는 시위도 도쿄 등 각지에서 연일 이어지고 있다. 특히 18일 도쿄 국회의사당 앞을 비롯해 나고야, 오키나와 등에서 열린 시위에서는 5000여명의 참가자들이 ‘아베 정치를 용서하지 않겠다’는 붓글씨가 적힌 종이를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붓글씨는 논픽션 작가 사와치 히사에(85)가 구상하고 일본 전통시 시인 가네코 도타가 쓴 것이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사와치는 국민의 알권리 침해 논란이 제기된 특정비밀보호법 제정 등에 이어 이번 집단자위권 법안까지 민의를 거스르며 뜻을 관철하는 아베 정권에 대한 분노를 담아 만들었다. 아사히신문은 이미지 인쇄 서비스가 가능한 세븐일레븐 등 일본 편의점에서 이 종이가 A3 용지 1장당 흑백은 20엔(약 180원), 컬러는 100엔(약 900원)에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대학가도 연이어 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다. 교토대 후지하라 다쓰시 교수와 학생들로 구성된 ‘자유와 평화를 위한 교토대 유지(뜻있는 사람들) 모임’은 최근 “피 흘리는 보통국가보다 지식 낳는 특수국가에 살고 싶다”는 내용이 들어간 성명을 발표해 화제가 됐다. 페이스북에 게재된 이 성명에 2주 동안 1만7000명 이상이 ‘좋아요’를 눌렀다. 이밖에 도쿄대 고마바 캠퍼스, 도쿄 메이지가쿠인대 등에서도 학생과 교수들이 잇따라 법안 폐기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놨다.
이런 가운데 모리 요시로 전 총리는 BS후지TV에 출연해 아베 총리가 다음달 발표할 전후 70주년 담화(아베 담화)와 관련해 “일본은 (식민지배로) 한국의 주권을 빼앗았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모리의 발언은 과거 일본 총리들 담화의 핵심 표현인 ‘침략’과 ‘식민지배’ 등을 명시하기를 꺼리는 아베 총리에게 이를 사용할 것을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지지율 뚝뚝… ‘극우 폭주’ 부메랑 맞는 아베
입력 2015-07-20 0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