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원 직원 죽음과 해킹 관련 의혹 사실대로 밝혀라

입력 2015-07-20 00:50
국가정보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 및 운용과 관련된 소속 직원이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년간 국정원 내 사이버 안보 분야에서 일해 온 이 직원은 ‘내국인이나 선거와 관련된 사찰은 없었으나 대테러 및 대북 공작활동에 오해를 일으킨 지원 자료를 삭제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가 최근 현안이 된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구입 등과 연관돼 있음을 시사했다.

그의 죽음은 해킹 프로그램과 관련해 여러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아무런 불법 행위가 없었다면 굳이 극단의 선택까지 했어야 하는가에 대한 상식적인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을 통해 ‘해킹 프로그램 도입과 RCS(리모트컨트롤시스템) 운용과 관련된 팀의 직원이었는데 정치적 논란이 되니 여러 압박감을 느꼈을 것으로 추측한다’고 설명했다.

수사 당국은 이 직원의 죽음과 해킹 프로그램 도입 등에 관련된 의혹을 남김없이 밝혀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이 협조해야 함은 물론이다. 국정원이 조사에 비협조적이면 의혹은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을 것이고, 그러면 국정원 자체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보기관의 활동과 보안에 영향을 주지 않는 한 국민들에게 제대로 밝혀야 하고, 비밀을 요하는 사항이라면 국회 정보위원에게 납득할 수준의 비공개 설명을 해주면 된다.

이 직원이 삭제한 파일은 100% 복원될 수 있다고 한다. 차분히 살펴보면 국정원의 활동이 국익과 부합되는 행위인지, 어떤 정치적 목적이 있는 불법 활동인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불법 도감청 등 국정원의 수많은 전비(前非) 때문에 국민적 불신이 남아 있긴 하지만 여야가 추상적인 주장과 예단으로 싸움부터 시작할 일이 아니다.

미 국가안보국(NSA)의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했던 것처럼 세계의 정보기관은 우방국 정상까지 도청할 정도로 정보활동이 치열하다. 각 국 정보기관이나 군은 사이버팀을 운영하며 해킹과 해킹방지 활동을 한다. 그런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정보기관이 할 일이다. 우리는 북한과 사이버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불법적이고 정치적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전제 아래 정보기관의 사이버전 능력은 국가안위를 위해 최고로 향상시켜야 한다.

이번 죽음의 의혹, 국정원의 불법 활동 여부 등에 대한 의혹은 명백히 밝혀져야 하지만 정쟁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 여당이 정권에 악영향을 줄까봐 국정원을 필요 이상으로 보호한다거나, 야당이 정치적 이익을 목적으로 정보기관을 길들이려 한다면 둘 다 용서받지 못할 짓을 하는 것이다. 여야 모두가 전체 국익을 바라보고 비판과 견제, 보호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