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는 19일 담합을 저지른 사료 회사를 두둔하는 검토 의견서를 낸 이유에 대해 “과징금이 사료값 인상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농식품부 임무는 담합 여부 판단이 아니라 처벌을 받은 사료 회사가 과징금을 부당하게 농가에 전가시키는지를 감시·감독하는 것으로 족하다. 결과적으로 농식품부의 이런 ‘월권행위’는 담합을 부정하는 사료 회사들의 반박 근거로 활용됐다.
◇전전긍긍 사료업계 위해 열심히 뛴 농식품부=올해 초부터 사료업계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사료담합 사건 처리가 임박하면서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의 잠정결론대로 관련 매출액의 7∼10%대 과징금이 부과될 경우 1조원 안팎의 과징금 폭탄을 맞게 될 처지였다. 대기업 계열사가 대부분인 11개 사료 회사들은 ‘김앤장’ 등 대형 로펌을 대리인으로 선정해 일찌감치 대비에 들어갔다. 11개사 중 관련 매출액이 가장 큰 다국적기업 카길은 공정위 비상임위원 출신 교수에게 용역을 의뢰해 담합이 아니라는 취지의 관련 보고서를 공정위에 제출하기까지 했다.
올 2월에는 국회 농해수위 위원장을 역임한 이양희 전 의원이 사료협회장으로 취임했다. 국회 정무위원장인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은 사료담합 사건의 사전 설명 및 사후 결과 보고를 공정위에 요구했다. 정 의원실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공정위에 큰 사건이 있으면 보고받곤 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농식품부는 축산단체협의회의 탄원서가 전체 축산농가의 의견을 대변한 것인지 확인조차 없이 사료 회사 두둔에 나섰다. 이 탄원서에는 전체 11만 축산농 중 10만명을 차지하는 한우농가가 포함되지 않았고, 심지어 탄원서에 동참한 몇몇 협회는 “탄원서가 제출된 후에야 우리가 들어 있는 줄 알았다”고 밝혔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재판관 격인 공정위 상임위원을 찾아가는 부적절한 행위까지 저질렀다. 지철호 상임위원은 “‘농식품부가 담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설명을 하고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전원회의에선 무슨 일이?=지난달 26일 이 사건의 1심 재판 격인 공정위 전원회의(위원장 정재찬 공정위원장)가 열렸다. 카길 측 대리인인 김앤장 소속 변호사는 “담합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을 하면서 그 근거 중 하나로 농식품부의 검토 의견서를 거론했다.
이를 듣던 왕상한 비상임위원은 이 의견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왕 위원은 이 사건 조사를 맡은 신영호 카르텔조사국장에게 사료 회사들이 가격 담합을 했으면 사후 모니터링을 해서 담합 약속을 어긴 업체에 제재를 가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입증이 없다고 지적했다. 신 국장은 이에 “대법원 판례상 담합 사실 인정은 의사 합치 여부일 뿐 사후 제재는 상관없다”고 답했고, 왕 위원은 대법원 판례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의 직후 비공개로 진행된 9명 전원위원들 간 합의 과정에서 왕 위원은 사료 회사들의 무혐의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적으로 공정위 전원회의는 이 사건을 ‘매우 중대한 법 위반행위’로 판단한 카르텔조사국 의견 대신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로 변경하고, 관련 매출액의 0.58%에 불과한 77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비율은 무혐의 사건을 제외한 그동안의 담합 제재 사건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세종=이성규 윤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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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사료업계 편드는 정부]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 ‘담합’ 관련 공정위 부적절 방문
입력 2015-07-20 02:42